광우병·AI·유전자 조작·이물질 파동 … 불안감 확산
by경향닷컴 기자
2008.05.08 01:30:11
[경향닷컴 제공] 맞벌이 주부 장혜정씨(34)는 딸의 간식으로 자주 시켜 먹던 치킨을 당분간 먹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부터는 계란도 사다 먹지 않는다.
쇠고기는 수입산에서 한우로 바꿨다. 가격이 부담되지만 전문 매장에서 파는 것이라 믿을 수 있다고 한다. 점심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가는 것을 고려 중이다. 밖에서 사먹을 경우 어떤 것으로 우려냈는지 알 수 없는 육수라도 먹게 될까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이달부터 유전자변형(GMO) 옥수수도 대량으로 들어온다는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괴담’까지 번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서울까지 확산된 조류 인플루엔자(AI), 안전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GMO 옥수수의 수입, 연이은 식품 이물질 파동 등 믿을 수 없는 먹을거리들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감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식품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홈에버는 7일 전국 35개 매장에서 ‘냉장 닭’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AI 감염의 위험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AI 감염 여부는 닭을 잡을 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상품화된 닭은 감염 위험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면 확실한 조치가 필요했다.
홈에버의 지난주 닭고기 매출은 AI 발생 직전보다 10~20% 줄었다. 이마트도 지난달 21~27일 닭고기 매출이 전주보다 7%,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0%나 줄었다.
프랜차이즈 치킨도 매출이 급감했다.
BBQ 관계자는 “4월 초 첫 AI 발생 이후 2주간은 매출에 영향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난달 19일 수도권으로 확산되자 10% 이상 빠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BBQ는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매출이 50% 이상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AI는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며 사먹던 소비자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은 스테이크 등을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TGIF는 연휴가 낀 지난 1~5일 매출이 전년 대비 6%가량 줄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도 정확한 변동폭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불거진 뒤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백 최세철 전무는 “모든 메뉴에 호주산 쇠고기만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산은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에는 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소비자들의 방어심리로 매출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에도 햄버거 패티(다진고기)에 대한 원산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메뉴에 사용되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의 원산지 표기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롯데리아 측은 이 때문에 9일부터 “한우와 호주 축산공사의 인증을 받은 ‘호주 청정우’만 이용하고 있다”는 포스터를 전국 740개 매장에 붙이기로 했다.
CJ홈쇼핑도 평균 주 1~2회 정도 방송했던 쇠고기 관련 제품을 2주에 한번으로 줄이기로 했다. 업체 관계자는 “수입산 양념갈비와 찜 등 쇠고기류 판매가 최근 홈쇼핑 방송과 인터넷몰에서 20% 정도씩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