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5.04.08 07:15:31
FBR "골프대회 초청 시 참가비만 대줘"
SEC, NASD 등의 접대 규정 강화가 원인
[edaily 하정민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의 접대 관행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 증권업협회(NASD) 등 감독기관이 호화 접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증권회사들도 과거처럼 호사스런 고객 접대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투자은행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FBR)의 일화를 소개하며 월가의 달라진 접대 풍속도를 자세히 전했다.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는 PGA 투어 중 하나인 FBR 오픈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FBR 오픈은 물론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의 이름을 딴 것. 지난 1월 애리조나 주 스캇데일에서 열린 FRB 오픈에서는 `왼손잡이 골퍼`로 유명한 필 미켈슨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FBR의 고객인 리처드 보드먼은 이 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숙박비와 항공료를 직접 부담해야만 했다. FBR는 대회 참가비 5000달러는 내 줬지만 그 외에는 고객인 보드먼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골프 공과 스포츠용 재킷이 들어있는 골프 가방도 공짜가 아니어서 보드먼은 직접 850달러를 주고 골프 가방을 사야 했다.
월가의 가장 흔한 접대방식이 스포츠 경기 관람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그간 많은 월가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에게 골프, 야구, 농구 경기 등을 보여주면서 돈독한 교분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FBR 오픈이 FBR가 후원하는 대회라는 점은 더더욱 그렇다.
이처럼 접대방식이 달라진 것은 SEC나 NASD 등이 과도한 선물, 유흥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NASD는 증권회사들이 펀드 매니저나 기업 경영진 등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100달러 이상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NSAD의 배리 골드스미스 CEO는 "증권사의 호화 접대는 결국 개별 기업 주주들의 돈을 쓰는 일"이라며 "투자은행 업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접대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처럼 달라진 접대 관행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거에 달라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고객들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FBR 오픈에 참가했던 리처드 보드먼의 반응이 좋은 예다. 보드먼은 "필 미켈슨과의 투어는 즐거웠지만 이 일을 다시 반복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는데 식사비를 내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 저녁식사에 참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자은행 쪽도 마찬가지다. 전(前) 메릴린치 주식 애널리스트인 푸아 영이 일으킨 접대 파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푸아 영은 미국 잡화 대기업이자 회계부정의 주역인 타이코 인터내셔널과 관련한 비공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당시 타이코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데니스 코즐로스키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줘 NASD로부터 고발당했다. 영은 NASD의 100달러 선물 규정을 어기고 4500달러 상당의 최상급 와인을 코즐로스키에게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