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전문가시각..방향타 잃은 시장

by이의철 기자
2002.02.16 10:13:48

[edaily]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악재가 터져나왔다.엔론의 후폭풍이 뉴욕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의 내용도 물론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을 고민스럽게 만든 것은 부실회계관행과 신뢰성의 문제가 언제 어디서든 터져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뉴욕타임즈는 15일(현지시각) IBM이 4분기 실적 발표과정에서 3억달러의 매출을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보도했다.IBM측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자산매각을 일반지출로 충당하는 것은 영업활동의 일부라고 반박했지만 "부실회계" 공포증에 걸려있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진 못했다.IBM은 이날 4.4% 하락했다. PC용 비디오카드 메이커인 엔비디아가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 역시 신뢰성의 문제를 촉발시켰다. 회계관행과 신뢰성의 문제가 재차 불거진 것은 "엔론의 악령"을 떠올리게 한다. LF캐피탈의 로버트 블룸 회장은 "시장이 다시 회계문제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했다"며 "회계관행은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는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프루덴셜의 브라이언 피스코로스키는 "시장에 방향성이 없다"며 "엔론 사태 이후 사람들은 신문의 헤드라인에 어떤 기사가 실리는지에 따라 이리 저리 쏠리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한다. 브라이언은 "이같은 상황이 진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2월중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의 93.0보다 하락한 90.9로 나타나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월가를 실망시켰다. 이는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미국경제가 회복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뉴욕증시가 방향타를 잃고 헤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언제쯤이면 기업의 실적과 경제지표 등을 통한 펀더멘탈이 시장에서 부각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인베스터 캐피탈의 프레드릭 시어즈는 "여전히 시장에 방향성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며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스톤&맥커시 리서치의 주식전략가인 조 리로는 "지난 몇주간 동안의 시장 움직임은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결국 서서히 좋은 뉴스들이 회계관행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