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종) 기술주 폭락...은행-화학은 상승

by김홍기 기자
2000.04.13 11:58:45

“곰 우리에 들어왔다”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12일 7% 이상 빠졌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10일과 비교하면 25%나 하락한 상태. 미국에서는 20%가 빠지면 약세장(bear market)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통계상으로는 약세장에 접어든 것이다. 업종별로는 은행, 오일 서비스, 공공설비, 제지가 올랐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네트워킹, 인터넷, 생명공학 등이 모두 하락했다. 지금 미국 증시에서는 올 3월까지 지배했던 단어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강세장(bull market)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작년에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를 돌파했을 때, 월스트리트저널은 커다란 버팔로(황소) 그림을 내세우며 강세장을 표현했었다. 당분간은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이클 만스는 “사람들이 ‘잠깐만… MS가 기대치를 초과할 수 없다면 잠깐 비켜서 있어야 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좋다는 것이다. ‘아담스, 하크니스&힐’의 트레이딩 디렉터인 벤 마시는 “분위기가 음울하다”고 표현했다. 그럼 월-수요일에 나스닥지수가 10% 이상 빠진 이유는? 기술주의 대한 불신은 차치하고 대표주들이 장을 이끌지 못했다. ‘에렌크란츠 킹 누스바움’의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인 배리 하이만은 “이번주에는 대형 기술주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회복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장에 대한 단기전망도 별로 안좋다. 증권사들의 마진 콜(margin call)이 급증할 우려가 생기고 있다. 마진 콜이 들어오면 신용으로 거래를 했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주가가 빠진 투자자들은 현금을 내놓거나 담보를 추가 제시하거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그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나스닥 시장이 장 중 한 때 14% 가까이 폭락한 것도 증거금을 내놓으라는 증권사들의 마진 콜 때문이었다. 따라서 기술주가 대폭 하락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증권사의 마진 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진 콜을 당한 개미군단의 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늘 미국 증시를 강타한 것은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인 릭 셔룬드가 PC 수요가 예상보다 낮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매출이 추정치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컴퓨터, 반도체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인터넷 장비업체도 덩달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MS,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IBM, 휴렛 패커드 등 예외가 없었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AMD와 최근 많이 떨어졌던 야후가 오른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기술주 폭락의 공범은 또 있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컴퓨웨어의 수익 악화 발표도 폭락을 부채질했다. 컴퓨웨어 주가만 40.5% 폭락한 것이 아니라 다른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생명공학주는 대부분 떨어졌다. 전날 폭락했던 바이오젠 정도만이 반짝 상승했을 뿐이었다. 제약주는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과 비슷했다. 메릴린치 생명공학 홀더스 지수는 5.6% 하락했으며, 아멕스 생명공학 지수와 나스닥 생명공학 지수는 각각 3.5%, 4.7% 떨어졌다. 가치주의 대표주자인 금융주는 강세를 보였다. J.P.모건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치를 발표하자 금융주들이 덩달아 뛰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체이스 맨해튼, 웰스파고, 뱅크오브 아메리카 등이 모두 올랐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 딘 위터와 씨티그룹은 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은행 지수는 2.7%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 은행지수도 2.0% 올랐다.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 전통 가치주가 반사이익을 얻는다. 에이본 프로덕츠와 프록터&갬블, 킴벌리 클라크, 질레트 등이 모두 상승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도 올랐다. 화학주인 듀폰은 5% 이상 올랐으며, 다우 케미컬도 올랐다. 텍사코와 엑손 모빌 등도 상승했다. 30개 업종으로 이뤄진 다우지수가 떨어졌지만 사실은 MS, 인텔, IBM, 휴렛 패커드 등 4개 기업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들 4개 기업이 다우지수 하락의 138포인트를 담당했다. 또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S&P 산업그룹에 들어가는 88개 기업중 29개만이 떨어졌다. 지수별로는 MS 때문에 컴퓨터 관련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CBOE 소프트웨어 지수가 7.9%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컴퓨터 박스 메이커 지수는 6.8%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8.3% 폭락했다. 아멕스 인터넷 지수는 7.9%, 더스트리트닷컴 인터넷 지수는 6.5%, 골드만삭스 인터넷 지수는 4.5% 하락했다. 아멕스 네트워킹 지수도 7.2% 떨어졌다. 반면 다우존스 운송지수와 설비지수는 각각 1.3%, 1.9% 올랐다. ‘데인 루이셔’의 수석 기술주 투자전략가인 로버트 딕키는 “단기간은 제약, 식료품, 소매, 건강관리나 다른 제조업종이 상승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벨스크는 “바닥에 가까이 왔다”고 말했지만 마진 콜 때문에 이를 강조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