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활용 새 지평 연 파리…"올림픽 특수는 계속된다" [MICE]
by이선우 기자
2024.08.21 00:05:00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기념해 건립
올림픽 앞두고 5년간 리모델링 재개장
독특하고 차별화된 유니크베뉴로 부상
"파리올림픽 최고 흥행작" 찬사 쏟아져
브라질, 중국 장거리 지역 방문객 늘어
기업회의·포상관광 수요 증가 기대감↑
|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2020년부터 5년간 장기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그랑팔레’.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한 그랑팔레는 대회기간 펜싱, 태권도 경기가 열려 독특하고 차별화된 콘셉트의 행사 개최가 가능한 ‘유니크베뉴’로 떠올랐다. (사진=프랑스관광청) |
|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 ‘그랑팔레’(Grand Palais)는 대회 기간 SNS 등 각종 온라인 상에서 ‘최고의 경기장’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최신식 경기장에선 볼 수 없는 클래식한 분위기에 선수단 입장부터 시상식까지 이제껏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된 그랑팔레가 문화유적과 건축물을 경기장으로 활용한 파리올림픽의 전략을 가장 잘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020년부터 장장 5년에 걸쳐 그랑팔레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웬만한 경기장을 하나 신축하고도 남을 기간이다.
일간 르 파리지엥 등 현지 매체들은 “파리올림픽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고 흥행작은 그랑팔레”라며 “이번 대회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적과 건축물 활용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랑팔레가 파리올림픽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오르면서 자타공인 ‘세계 1위’ 국제회의 도시인 파리의 주가는 더욱 올라가게 됐다. 올림픽이 마이스 목적지로서 인프라의 다양성을 과시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행사·단체 유치 경쟁에서 파리가 당분간 독주체재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UNESCO) 등 매머드급 국제기구부터 수백 개에 달하는 국제 학회·단체 본부를 보유한 파리는 2013년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하는 국제회의 순위에서 ‘난공불락’이던 오스트리아 빈의 아성을 깨고 사상 첫 1위(204건)에 등극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세계 1위’ 국제회의 도시 타이틀만 모두 6번을 달았다.
ICCA 집계가 시작된 이래 단일 도시 최초로 연간 국제회의 개최 실적 200건 시대를 연 주인공도 파리다. 코로나 여파로 2022년 빈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1년 만인 지난해 바로 재탈환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랑팔레를 비롯해 사이클,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린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 파리 도심 ‘유니크베뉴’(Unique Venu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니크베뉴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 지역 고유의 상징성 등을 갖춰 독특하고 차별화된 콘셉트의 행사 개최가 가능한 시설과 장소를 부르는 마이스 용어다.
마이스 전문 매체 노스스타는 “단 3주간 열린 파리올림픽이 파리 도심의 수많은 문화유적과 건축물의 기능을 관람용에서 행사용 시설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림픽이 마이스 목적지로서 파리의 주가를 높이는 계기가 됐지만, 마이스 업계에선 대회 기간 내내 “올림픽은 악재”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붐업 조성을 위한 이벤트 역시 기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행사장 품귀 현상으로 예정된 행사들마저 연기, 취소되면서 특수가 사라진 때문이다.
이번 대회 기간 베르사유와 빌팽트, 콩그레스센터 등 파리 도심 마이스 전문시설들이 경기장, 국제방송센터 등으로 쓰이면서 해마다 열리던 행사들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됐다. 일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주변국으로 아예 개최지를 옮기기도 했다. 2017년부터 매년 7월 중순 파리에서 열리던 여름축제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올해 행사가 취소되면서 입은 피해액이 주최 측 추산 약 2억유로(약 3000억원)에 달한다.
노스스타는 최근 “그동안 긴 이동시간에 비용부담이 커 수요가 많지 않았던 브라질, 중국 등에서 기업행사, 포상관광 문의가 늘면서 올림픽에 대한 불만도 사그라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 199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한 ‘그랑팔레’ 입구 전경.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5년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사진=프랑스관광청) |
|
도심 유니크베뉴에 대한 수요 증가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기업회의, 포상관광 수요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림픽 기간 브라질, 중국 등 장거리 지역에서 방문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기업회의, 포상관광 수요 증가 기대에 힘을 싣고 있다. 현지 업계에선 2015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를 방문한 중국 톈스그룹 6000명 포상관광단이 세운 최대 규모 단체 방문 기록 경신도 기대하고 있다.
파리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브라질은 올림픽 기간 비유럽권 장거리 지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10만7000명이 방문했다. 전년 대비 2배 넘는 수치다. 중국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8만 2000명, 일본이 94% 증가한 4만7000명으로 브라질의 뒤를 이었다.
파리올림픽은 대회 기간 약 1120만 명이 파리를 방문하면서 소기의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 평소 7월과 8월 여름 성수기 방문객 1200만명의 약 94%, 대회 목표치인 1130만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파리관광청은 “올림픽 기간 국제 항공편 운항은 전년 대비 약 8%, 호텔 객실 점유율은 10% 이상 늘어난 8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프랑스 스포츠법경제학연구소 등은 파리올림픽 개막에 앞서 약 25만 개의 신규 일자리와 107억유로(약 16조원)의 경제효과를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관광 분야는 전체 올림픽 경제효과의 3분의 1인 35억유로(약 5조2000억원)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병로 건국대 교수는 “대회 기간 누린 관광 특수는 단기 효과에 그칠 수 있지만, 그랑팔레 등 지역 유니크베뉴에 대한 수요 증가는 지속적인 장기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문화유적과 건축물 등 지역 유니크베뉴를 활용한 파리가 새로운 올림픽 레거시(유산)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