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8.16 05:00:00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여야 협치가 없던 일로 돼 버릴 위기에 몰렸다.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청문회가 고성·막말과 삿대질로 얼룩지면서 정국이 차갑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의 영수회담 요청에 이어 대통령실이 “진지하게 논의해 보겠다”고 답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비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8일 열기로 합의한 직후 다시 극한 대치로 돌아선 셈이어서 민생 합의가 ‘보여주기 쇼’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월 임시국회의 정쟁 휴전을 제안했던 국민의힘이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한 배경을 탓하긴 어렵다. 권익위원회 국장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날 법사위의 ‘살인자’ 공방은 본질과 관계없는 원색적 대통령실 공격이나 마찬가지여서다. “김건희가 살인자”라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발언과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며 거든 장경태 의원의 말은 청문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당 의원에게 대놓고 “김건희한테 딸랑딸랑해도...”라고 말한 서영교 의원의 발언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가득 찼다. 범죄 의혹의 증거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법도와 예의마저 팽개치고 퍼부은 막말들이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 협치를 망가뜨리고 정치 문화를 오염시킨 추태와도 다를 바 없다.
과방위 청문회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 노종면 의원이 “건방 떨지 말라”는 말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팔짱을 낀 답변 태도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으로 김 직무대행을 윽박질렀다.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을 저지하겠다며 연 청문회가 협치와는 거리가 먼 의원들의 고압적 자세와 막말로 정국을 얼음장으로 만든 격이다.
여야는 간호법·전세사기특별법 등 이견이 적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대화가 끊기고 국민의힘이 전 의원 제명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법안 처리 가능성은 가물가물해졌다. 개원 후 3개월이 다 되도록 국회를 통과한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세비와 각종 경비로 1200억여원의 혈세만 축낸 의원들에게 쏟아진 민심의 분노를 안다면 속히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민주당도 청문회 갑질을 멈춰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