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와르르' 금리인하만 와도 위험…디폴트옵션 개선 시급
by김인경 기자
2024.07.08 05:30:00
①디폴트옵션 도입 1년
가입자 총 567만명 중 초저위험 선택 87.07% 쏠려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 연 3.29%…물가상승률 수준
위험 낮은 BF·TDF 드읍 재조정 대안 강구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도입 1년을 맞은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 가입자 10명 중 8명이 예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본격화했을 때 ‘노후 안전망’인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하락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디폴트옵션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현재의 디폴트옵션 제도를 개선하고 조정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총 526만 9655명으로, 이 중 원리금 보장형 100%인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한 자는 87.07%(458만8454명)에 이른다. 이어 ‘저위험’ 상품 가입자 27만 8789명, ‘중위험’ 24만 2346명, ‘고위험’ 16만 66명 순이다.
원리금 보장형(초저위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3.29% 수준으로 대다수의 포트폴리오가 퇴직연금 적립액을 모두 정기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도 연 3%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나 문제는 앞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경우다. 국고채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금리가 인하하면 수익률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 연 8%의 수익률을 내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모델로 삼아 노후 자산 확대를 위해 도입했지만, 대부분 자금이 이처럼 원리금 보장형에 쏠리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타깃데이트펀드(TDF)·밸런스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SOC)’로 구성된 원리금 비보장 상품을 효율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제외하는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해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업계는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주기적으로 위험 수준을 통제하는 BF 가입을 적극 유도하거나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TDF를 위험등급 분류와 별개로 두는 방안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다”면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BF 역할을 확대하고 TDF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