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AI에 웃은 상반기 韓 증시…외국인 '우수', 개미는 '전패'

by김응태 기자
2024.07.01 05:10:00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수익률 7.7%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수출주 수익률 견조
개인투자자 -11% 수익률 '꼴찌'…네이버 부진 영향
기관, 2차전지 및 바이오 매수하며 손실 기록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열풍과 금리 인하 기대에 반도체 기술주를 적극 매수한 게 수익률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와 기관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손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쓴맛을 봤다. 개인투자자는 네이버 등 인터넷 관련주와 2차전지주를 매수한 탓에 손실이 확대됐다. 기관투자자 역시 2차전지주를 비롯해 바이오주를 매수한 게 악수가 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올해 상반기(1월2일~6월28일)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7.7%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코스피 지수 상승률 5.4%를 웃도는 성적이다. 외국인의 수익률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종목은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000660)다. 외국인의 SK하이닉스 평균매수가격(순매수 거래대금/순매수 거래량)은 19만 374원으로, 지난 28일 종가(23만6500원)과 비교하면 24.2%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장 성장 국면에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한 점이 부각하며 상반기 주가가 큰 폭 뛰었다.

이와 달리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005930)는 -1.6%의 손실률을 나타내며 수익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엔비디아로부터 HBM 공급을 위한 인증이 지연되면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순매수 5위인 삼성전자우(005935) 역시 같은 맥락에서 -1.9%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외국인 순매수 3위는 현대차(005380)로 수익률은 21.6%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해외 판매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과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부상한 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인도 법인 IPO 상장에 따른 현대차 가치의 재평가가 가능하며, 최근 주주환원율 25%에서 자사주 2조원 매입 시 주주환원율 40%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외국인 순매수 4위는 삼성물산(028260)으로, -3.8%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삼성물산은 지주사로서 밸류업 기대 종목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및 주택시장 침체 등에 따른 건설 섹터 부진에 제한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상반기 외국인이 좋은 투자 성적을 받은 것과 달리 개인투자자는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손익률은 -10.7%로 집계됐다. 5개 종목 모두 손실을 면치 못했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네이버(NAVER(035420))로 집계됐다. 네이버의 평균매수가격은 18만 5604원으로, 지난 28일 종가(16만 6900원)와 비교 시 -10.1%의 손실률을 보였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관련한 굵직한 성과가 부재한 가운데 라인야후와 위탁 관계 종료 발표,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공습에 따른 경쟁 심화,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가 약세를 띤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속 2차전지 관련주를 적극 매수한 점도 개인투자자의 손실률 확대에 영향을 줬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2위는 삼성SDI(006400)로 손실률은 -8.1%를 기록했다. 순매수 3위와 5위는 각각 LG화학(051910)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다. LG화학의 손실률은 -11.0%, LG에너지솔루션은 -6.5%로 나타났다.

순매수 4위인 JYP Ent.(035900)의 손실률도 -18.1%에 달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엔터주는 음반 판매량 감소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관도 개인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순매수 상위 5개 평균 손익률은 -7.6%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신한지주(055550)로 수익률은 3.7%다. 신한지주는 대표적인 밸류업 정책 관련 종목으로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동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올해 총 4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시행했으며 증가한 이익 규모와 주주환원율 제고 노력을 고려할 때 4분기에는 이를 상회하는 규모의 분기 자사주 매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순매수 3위는 현대차로 11.3%의 수익률을 나타내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인 종목으로 꼽혔다.

이와 달리 기관의 수익률 하락을 이끈 것은 2차전지와 바이오 종목이다. 순매수 2위 LG화학 손실률은 -28.3%를 기록했다. 셀트리온(068270)의 손실률 역시 -9.4%로 집계됐다. HLB(028300)의 신약 승인 실패에 따른 바이오 섹터 투자심리 악화가 주가 상승 여력을 억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 순매수 5위인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의 손실률도 -14.0%를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이 불발되면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