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혐의 하나 더나…'도피교사' 혐의 파기환송

by이배운 기자
2023.11.13 06:00:00

1·2심 "일반적 도피 벗어난 계획적인 도피" 유죄 선고
대법 "범죄조직 갖추거나 도피시설 구비한 것은 아냐"
"통상적인 도피로 볼 여지…방어권 남용 단정 어려워"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계곡 살인사건’ 범인 이은해와 조현수가 지인들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형량이 추가된 가운데, 대법원은 조직적인 도주행위가 아니었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계곡살인 사건’ 범인 이은해와 조현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3일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 이은해와 조현수의 범인도피교사 혐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지인 2명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지인들에게 도피 중에 사용할 자금과 은신처도 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법상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방어권 행사의 일종으로 보고 추가로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을 시켜 계획적인 도피를 벌이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범인도피교사죄를 적용한다.

앞서 1심 법원은 “피고인들은 일반적 도피행위를 벗어나 형사사법 절차를 방해하고 방어권을 남용했다”며 “범행이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장기간 도피생활을 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징역 1년을 추가 선고했다.



2심 법원 역시 “피의자들은 스스로 도망쳐 방어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지만, 120일이 넘는 도피 생활은 일반적이지 않고 방어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친구를 통해 은신처를 제공받고 그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다른 은신처로 이동한 행위는 통상적인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지인들은 친분관계 때문에 피고인들을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췄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 △120일간 도피생활 △수사상황 공유 및 대책 논의 △변호인 선임 시도 △일부 물건 은폐 시도 등에 대해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