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9.01 05:00:00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또 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이 출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명,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국은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다.
합계출산율은 2010년만 해도 1.23명을 유지했다. 이후 2018년(0.98명)에 1명대가 무너졌고 2021년 0.81명, 지난해 0.78명, 올 2분기 0.7명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의 배후에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은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2명 중 1명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에 비혼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청년 10명 중 8명은 비혼동거에 동의하고 있으며 10명 중 4명은 비혼출산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2.95%(2021년)로 OECD 평균치(42%)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청년들의 의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정적이며 법적 보호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표적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가 2021년 합계출산율이 1.83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비혼출산율이 62%나 되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6명을 넘는 국가 중 비혼 출산율이 30% 미만인 나라는 없다.
한국은 심각한 인구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줄면서 매년 전국에서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머지않아 병력수 감소로 군대 유지도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지역소멸과 국가소멸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구위기를 극복하려면 청년들의 의식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유럽처럼 비혼출산을 포용하는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