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개혁 번번이 발목…사회적 갈등 관리 필요성↑

by조용석 기자
2023.07.19 05:00:00

갈등비용 추산 나선 정부, 왜
37개국 중 갈등지수 6번째로 높아
갈등대책 수립할 근거마련 나선 듯
10년 전 246조서 대폭 증가 전망
"지표 최대한 보수적으로 만들어야"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 갈등 비용 추산에 나선 것은 근로시간 개편 등 주요 개혁과제들이 갈등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내몰리면서 갈등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노동개혁에 이어 연금·교육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과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선제적·효율적으로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서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8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 외에 △사회적 갈등 수준을 진단하는 지수설정 △연도별 사회적 갈등지수 변동 추이 분석 등도 연구용역 과제에 포함했다. 민간연구소가 아닌 정부가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추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2010년 기준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 27개국 중 2번째로 높으며,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를 제외하고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회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연간 82조~246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민간 부문에서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추산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회적 갈등이 완화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몇 차례 발표됐다. 지난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사회적 갈등의 경제적 효과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갈등이 G7 수준으로 개선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한국행정연구원이 “갈등지수의 1표준편차(0.46) 감소는 인당 GDP를 7.4%~12%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정부가 새로 추산하게 될 사회적 갈등비용은 10년 전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갈등지수는 여전한 상황에서 경제규모는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행정학회가 주요 37개국을 대상으로 사회갈등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5년, 2010년, 2015년 계속 6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갈등지수가 더 높은 국가는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었던 남아공, 종교분쟁을 겪은 터키 등이다. 반면 한국의 GDP는 2010년 1323조원에서 2020년 1941조원으로 10년새 46.7%나 성장했다.

정부가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을 공식으로 추계하면 갈등으로 인한 영향을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거나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정부가 직접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추산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적 갈등을 지나치게 비용으로만 판단할 경우 사회 발전 과정에서 필요한 갈등마저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다수의 갈등은 기득권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기득권을 보호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재호 한국행정학회 선임연구위원은 “갈등을 비용으로 계산할 경우 가치관에 따라 주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항목은 연구자에 따라 비용 추산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지표를 연속성 있게 사용할 있도록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용추계와 더불어 ‘기법 중심으로 분석한 갈등관리 성공·실패 사례’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국조실 관계자는 “실무에 활용 가능한 기법 중심의 유형별 갈등관리 사례분석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사례 분석 연구결과는 내년에 업데이트하는 ‘공공기관의 갈등관리 매뉴얼’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