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반지부터 장경병까지…예술 황금기 '청자史' 한눈에
by이윤정 기자
2023.05.18 05:30:00
''고려의 선과 청자'' 전
고미술 컬렉터 소장품 200여점 전시
"청자 성장의 길 보며 자부심 느껴보길"
7월 20일까지 도화서길 디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처음에는 개인적인 취향에서 청자 수집을 시작했어요. 청자를 모으는 일은 개인적으로 성숙의 시간이었죠. 청자가 어느 순간 일상이 되고 삶이 되고 저의 미래가 됐네요.”
고미술 컬렉터인 주재윤 셀라돈 대표는 청자를 모으는 이유를 ‘설렘’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10여 년간 모아온 청자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오는 7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도화서길 디원에서 ‘고려의 선과 청자’ 전을 연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고려청자 200여점과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정신적 유산인 ‘선’을 소개하는 전시다. 고려청자의 음각기법, 양각기법, 문양, 전체적 모형, 용도 등 전시품의 다양한 속성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도화서길 디원에서 만난 주재윤 대표는 “청자의 성장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나를 이롭게 하는 긍정의 힘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고려의 선과 청자’ 전시 전경(사진=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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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는 고려를 대표하는 유물이자, 당대 최고의 미감이었다.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장식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대표적인 공예품으로 9~10세기경 중국으로부터 제작기법을 배워 생산을 시작했다. 11세기 들어서는 고려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비색(翡色·엷은 청색)’ 중심의 순청자와 ‘상감기법’(금속, 도자기, 목재 등의 표면에 무늬를 파고 그 속에 금이나 은을 넣어 채우는 기술) 등을 활용한 청자가 만들어졌다.
전시는 1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우리 예술의 황금기를 꽃피운 청자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청자의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청자의 성장을 돌아보는 것에 주목한다. 전시 관람 통로를 따라 작품을 360도로 관람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청자 상감 철채 운학문 매병’이다. 흔히 알고 있는 비색의 청자가 아니라 어두운 황토색의 형태를 띠고 있다. 13세기 전반 해남 산이면 진산리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학과 구름을 백상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주 대표는 “20여년 전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주신 도자기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비색의 청자가 유명하지만 어두운색의 청자가 있다는 것도 보여주기 위해 전시품으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목이 길게 뻗어있는 ‘청자 음각 연화문 장경병’도 눈여겨볼 만하다. 둥근 동체 위에 쭉 뻗은 긴 목을 지닌 장경병으로 은은한 광택이 난다. 긴 목은 약간 휘어져 있으며 동체에는 활짝 핀 연꽃, 줄기, 꽃봉오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박아름 전시해설가는 “가마에서 청자의 목을 길게 뽑는 것은 굉장히 힘든 기술이라 장경병은 남아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자 상감 연화봉문파도용문 발’은 주 대표가 치열한 경합을 통해 차지한 작품이다. 둥근 동체와 굽을 지닌 청자발로 봉황과 용이 앞뒤로 새겨져 있다. 주 대표는 “문양이나 녹청색의 색깔, 조형 등 삼박자가 갖춰져 완성도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며 “봉황 등의 모양으로 볼 때 왕실에서 사용했던 도자기가 아닐까 추정한다”고 했다.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청자 양각 연화문 반지’도 만나볼 수 있다. 둥근 링 모양으로 그 예가 희귀만 작품이다. 측면에 양각으로 연화문을 나타내고 음각으로 잎맥을 새겼다. 주 대표는 “가로 2센티, 두께는 1센티가량으로 사람이 끼기엔 커서 왕실의 부장품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며 “국내에 청자로 만든 반지는 거의 없어서 대여 요청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청자 오리뚜껑 연화형 향로’ ‘청자 참외형병’ ‘청자 삼각모란 음각 토끼문병’ 등을 다채롭게 전시해 놓았다. 주 대표는 “청자의 문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려시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그런 설렘을 꽤 오랜 시간 느껴왔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도 함께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