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강화 우려에 달러 반등…주춤하는 외국인 매수세

by원다연 기자
2023.02.24 05:31:00

이달 하루평균 외인 순매수, 1월 대비 27% 수준
잇단 경제지표 호조에 금리인상 막바지 기대감 후퇴
123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 1300원 부근서 등락
"추세적강세 아냐, 中 기대감도 외인 매수세 뒷받침"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연초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달러화가 반등하면서다. 2월 외국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1월 대비 27% 수준으로 줄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1조4734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외국이 코스피 시장에서 6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된다. 하루 평균 순매수 금액(866억 7100만원)은 4분의 1 수준에 가깝게 줄었다.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97.1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7.8원 하락했지만, 지난달 1230원대까지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다. 미국의 금리 인상기가 막바지에 왔다는 기대감이 잇단 경제 지표 호조에 꺾이면서 달러가 반등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3.4%로 낮아져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고용시장은 호조를 나타냈다. 강한 고용시장에 힘입어 소비는 증가했다. 미 상무부가 밝힌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 증가해 시장 전망치(1.9%)를 훌쩍 뛰어넘어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기 대비 6% 올라 시장 전망치(5.4%)를 웃돌았다. 앞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6.4%로 시장 전망치(6.2%)보다 높았다.



24일 발표되는 PCE 물가지수도 다시 올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 조사 결과 미국 1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5% 올랐을 것으로 예상됐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월보다 0.4%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2월 PCE 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5.0% 각각 오르는 데 그치며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을 키웠던 것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폭 확대가 예상되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양호한 소매판매를 확인한 후 긴축 스탠스가 유지될 것이란 분위기가 번지며 달러화 반등과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확산됐다”며 “달러화 가치에 대한 단기, 중장기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맞춤형 투자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다만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반등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추세적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미국 물가가 기준 금리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향후 2차례 정도 연준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린다는 가정을 상당 부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리 인상이 더 진행되더라도 이미 정점에 가까워졌고 연준도 달러화 강세가 급박할 정도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달러화가 잠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지난해처럼 추세적 강세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외국인 매수세는 달러화 약세와 함께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기대감도 작용하는 만큼 중국 모멘텀이 정점을 기록하기 전까진 외국인 수급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