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兆 혈세 퍼부어도…쌀 더 넘쳐나고 농가소득 상승 없어[이슈분석]

by이지은 기자
2022.12.30 05:00:00

개정안 野 단독 본회의 직회부…부작용 우려 커져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과잉 구조 더 심화시킬 것"
농경원 분석 결과 2030년 예산 1조 이상 소요 예상
쌀 소비 감소 근본 해결 못해…형평성 문제 지적도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쌀 공급 초과분을 정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정부·여당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1조 원이 넘는 예산 투입으로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식생활 변화에 따른 쌀 소비 감소 추세에 역행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전부 사들이도록 의무화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안이 오히려 의무매입이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과잉 구조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격리 의무화에 따르는 재정부담은 연평균 1조 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 시 연평균 시장격리에 9666억원, 타작물 지원사업에 637억원 등 1조 30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30년까지 쌀 초과공급량은 43만 20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유지 대비 2.15배 더 많아지는 것이다.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농식품부는 격리 의무화 시 평균 가격(17만7000원)은 올해 수확기 평균(18만7000원)보다 5.4%, 과거 5개년 평균 가격(19만3000원) 보다 8.3% 각각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농가에서 양곡법 개정안으로 기대하는 소득 상승 효과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장 격리로 저장해둔 쌀 물량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허점 중 하나다. 1991년 116.3㎏이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9㎏으로 줄었다.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 매년 조(兆) 단위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쌀은 우리 농업의 근간이지만 육류 소비량이 쌀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농업예산이 한곳에 치우쳐 국가 차원의 전체 식량안보를 저해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일부 농민 단체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쌀 가격이 하락한다면 예산운용의 효용성을 고려해 법률 개정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