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감하는 리니언시…"공정위-검찰 '창구 이원화' 탓"

by강신우 기자
2022.11.28 05:30:01

GCR, 韓리니언시 수 급감 수치 공개
2018년 137건→ 2021년 26건으로 ‘뚝’
“리니언시 혜택, 예측 가능하게 해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리니언시’ 제도의 활용 건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담합 의혹 기업들에 대한 경쟁당국의 현장조사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검찰과 공정위로 창구가 이원화하면서 제도 자체에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로나19로 기업 현장조사 줄어”

27일 글로벌 경쟁법 전문저널인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GCR)’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리니언시 건수는 2018년 137건에서 2021년 26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137건 △2019년 94건 △2020년 30건 △2021년 26건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GCR 통계는 복수의 대형 로펌이 수임받은 사건을 토대로 추정한 것으로 보이며, 경쟁당국이 기업의 리니언시 활용 건수를 대외적으로 밝히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담합 의혹이 있는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가 줄었고, 자연스럽게 리니언시 활용 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가 자진 신고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는 사업자에게 시정조치, 과징금 등의 제재를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다. 처음 신고한 업체에는 100% 과징금을 면제하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50%를 면제해 준다.

그간 공정위는 리니언시를 활용해 기업들간에 이뤄진 은밀한 담합을 효율적으로 적발해왔다. 공정위 백서에 따르면 2005~ 2020년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 총 685건 중 리니언시를 활용해 적발한 사건은 425건으로 62%에 달했다.

통상 리니언시는 공정위의 현장조사 후 피심인(조사받는 기업) 중 한 곳이 과징금 등의 처벌을 면하기 위해 담합 증거 자료를 들고 공정위를 찾아오면서 이뤄진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기업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현장조사가 줄어들다보니 리니언시 제도 활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리니언시 창구 이원화, 전세계서 韓 유일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보다는 공정위와 검찰의 ‘창구 이원화’가 리니언시 활용이 줄어든 보다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검찰은 형법상 자수 감경 조항을 활용해 자진신고자 기소를 면제하는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기업들의 혼란만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기관에서 리니언시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확실하게 제재를 피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 정보를 상호 공유하지 않다 보니 어느 한 곳에 자진 신고를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이미 리니언시 접수가 돼 혜택을 못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형량을 결정하는 건 판사 재량이라는 점에서 50% 감경 구형 등 ‘형사 리니언시’의 혜택을 확정 혜택으로 보기도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이제는 리니언시를 하게 되면 공정위와 검찰 양 기관에 모두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1순위가 되면 다행이지만, 2순위가 될 경우 ‘나 처벌해 달라’고 증거만 내미는 꼴이니 득 볼 게 없어 사실상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 잘 작동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리니언시 제도를 좀 더 깊이 있게 점검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와 검찰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기업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기업이 리니언시 혜택에 대해서 단순 명료하게 그 결과를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