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 월급 980만원…고임금, 물가 더 자극하나
by이명철 기자
2022.07.07 05:00:01
1분기 상위 10% 근로소득 981만원, 하위 10% 130배
고물가→임금 인상→가격 상승→경기 침체 악순환 우려
秋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vs 勞 “중소기업 지원 먼저”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공지유 기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상위 10%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불평등에 따른 빈부 격차,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조짐이 보여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물가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한 가운데 인건비 상승이 2차 물가 충격, 고용 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980만9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급으로만 한달에 1000만원 가까운 소득을 올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851만6000원에 그쳤던 월평균 근로소득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올 1분기 15.2%나 증가했다. 반면 저소득층인 하위 10%(1분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올 1분기 7만1774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3년 전과 비교해 되레 6.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과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대기업 위주 임금 인상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와 네이버(035420)는 올해 연봉 재원을 각각 15%, 10% 늘리기로 했고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인상률을 각각 9.0%, 8.2%로 확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대기업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694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2%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등 300인 미만 사업체는 351만7000원으로 4.9% 상승에 그쳤다.
고소득층의 임금 상승폭이 커지면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인상에 나서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 임금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8일 경총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재계 대상으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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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의 인건비 증가는 제품·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귀결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 만나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경쟁적인 가격·임금의 연쇄 인상이 ‘물가-임금 연쇄 상승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한 데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 대응하려는 측면도 있다. 이미 카카오·네이버 등 일부 정보통신(IT) 기업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수익성 대신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금융시장 부진으로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니 임금이 따라 올라가고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데 소비가 되지 않아 실업과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1970~1980년대 스테그플레이션 악화의 주된 이유”라며 “지금 고물가는 1단계 수준이고 이후 2단계 실업, 3단계 양극화와 정치·사회 갈등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대응한 민간의 자율적인 임금을 억제하라는 요구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실제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2.0%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은데 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서 임금 인상 자제를 얘기하는 것은 정체성에 맞지 않다”며 “임금 격차 문제가 심각하지만 불공정거래 해결 등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