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정교합 치료 환자의 두려움 이해하니 해답 보였다"
by김의진 기자
2021.12.13 05:30:00
‘교정치료 권위자’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 교수 인터뷰
위턱 확장해 양악수술 필요성 줄이는 치료법 고안
부정교합 개선 성공률 80%...새 치료법 통해 한계 극복"
|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 교정과 교수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걱턱 등 부정교합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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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더니 방법이 보였습니다. 환자의 두려움을 덜기 위해 수술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고, 그랬더니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는 최근 교정 치료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론적으로 부정교합을 치료하기 위해선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알려졌지만, 이 교수는 그 정설을 깬 것이다. 그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환자 215명을 대상으로 비수술적 방법을 적용했고, 부정교합 개선이 이뤄졌는지를 관찰한 결과 79.5%의 성공률을 확인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주걱턱을 교정하기 위한 비수술적 방법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진 셈이다.
지난 10일 연세대 치과대학 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걱턱은 아래턱이 주걱 모양으로 길게 튀어나와 보이는 굽은 턱을 말한다. 얼굴을 길게 보이게 해 인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음식을 씹는 데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상담 도중 견고한 아래턱을 변화시키려면 뼈를 깎아내는 양악수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그러나 “환자 입장에선 수술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위험성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 교정과학교실 교수가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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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에 따라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비수술적 치료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단단한 아래턱이 아닌 위턱뼈를 조금씩 밀어내 맞물리게만 할 수 있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서도 부정교합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지난 2004년 당시까진 이론적으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수준의 심한 부정교합을 비수술적 방법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였다. 이 교수의 새로운 치료법은 이후 미국 교정학회 등에 보고돼 지난 2010년 해외 학계에서 세계 최초의 치료법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이 교수가 최초로 개발한 ‘미니스크류 지지형 상악(위턱) 확장 장치’는 현재 세계 비수술 상악 확장술의 표준 치료법이 됐다. 그는 “부정교합을 치료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적 이유에서라기보다는 치아를 올바르게 맞물리도록 해 온전하게 쓸 수 있게 한다는 측면이 더 크다”며 “새로운 치료법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여생 동안 웰빙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학자로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데 대해 이 교수는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이 의학자로서 기쁠 뿐”이라며 “치료법이 없어 고칠 수 없었던 상태도 새 방법이 개발되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듯이,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치료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