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중금리 대출 집중" 출사표..자본 확충은 '숙제'

by김유성 기자
2021.06.10 04:12:00

토스뱅크, 기존 은행들 못했던 ''중금리 대출'' 출사표
1호 인터넷은행도 힘들었던 자본확충은 최대 과제
토뱅 진출에 인터넷은행업권 ''환영'', 시중은행 ''시큰둥''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제3의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오는 9월 출범을 알리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토스뱅크는 비금융·금융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를 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말까지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35%로 맞추고, 2023년말까지 44%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9일 모바일 송금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계열사인 ‘토스혁신준빕법인’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사명도 토스뱅크로 변경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9월께 토스뱅크 서비스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출범 목적 중 하나를 ‘금융 소외자 포용’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물론 선두 인터넷은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이를 위해 토스뱅크는 토스 이용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기존 신용평가사(CB사)의 데이터에 토스의 금융·비금융데이터(대안정보)를 연계해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안정보는 기존 신용평가사가 측정하지 못한 데이터이다. 홍 대표는 “이용자 동의를 거쳐 축적한 수백만 서비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신용대출 중 30% 이상을 금융소외계층에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중금리 대출 목표가 다른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높은 변별력의 신용평가모형으로 건전한 이용자를 선별하는 체계를 갖추고 연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사전 경보 시스템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 당국의 중점 정책 중 하나다. 금융 당국은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금융소외자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이 노력하도록 장려했다.





토스뱅크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경쟁하기 위해선 자본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원활한 대출 서비스를 위해 토스뱅크는 5년간 1조원 정도의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 대표는 “증자와 사업 규모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실행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가 주주들의 추가 출자 여력이나 외부자금 유치 여건을 감안할 때 원하는 만큼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출범 당시 KT가 모회사였던 케이뱅크는 금융위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혀 증자를 제대로 못했다. 계속된 증자 실패로 케이뱅크는 여신사업 중단이라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야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비견될 만한 자본을 확충했다. 암호화폐 붐에 따른 ‘업비트’ 제휴 효과가 행운이었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된 BC카드는 증자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출자를 해야했다.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투자자들과 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BC카드의 자산 건전성도 하락하게 됐다.

홍 대표는 “주주사들과는 증자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게 합의는 돼 있다”면서 “증자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주요 주주사는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SC제일은행 등 11개사다.

인터넷은행들은 경쟁을 통한 중금리 대출 등 시장 규모를 넓혀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토스뱅크의 등장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고객 중심의 금융 혁신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중·저신용자 고객을 위한 대출 확대 등 포용적 금융을 함께할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사가 늘었다는 점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넓혀간다는 측면에서 시장 파이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기존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 출범이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인터넷은행 이용자들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를 쓰고 있어 시중은행 고객들의 추가 이탈은 많지 않은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요새 은행들의 관심은 다양한 생활금융서비스 개발에 있다”면서 “디지털 뱅킹 분야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