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로 MTS 혁신…쇼핑·게임하듯 즐기는 투자 플랫폼 목표"

by이은정 기자
2021.06.08 05:30:00

구대모 프로젝트바닐라 대표이사 인터뷰
6월 15일 '바닐라' MTS 출시…주요 타깃 2030세대
간편함에 더해 트렌디한 콘텐츠로 플랫폼 성장 목표
KB증권리서치 거쳐 전문성 보완…'재미'에도 방점
"토스·카카오페이, MTS 혁신 이뤄가는 좋은 경쟁자"
해외주식 서비스, 로보...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기술로 투자의 경험을 완전히 바꿀 주식거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주식을 사고 싶은 누구나 쇼핑하듯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거래뿐 아니라 트렌디한 정보로 채워 ‘2030세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엇박자 투자를 하는 입문자들을 위해 새로운 투자 습관도 제안하고자 합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KB스타터스’ 위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구대모 프로젝트바닐라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KB금융그룹은 유망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에 선정해 협업공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바닐라는 KB증권과 줌인터넷이 테크핀 사업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9월부터 2대 주주인 KB증권의 지원으로 주식 입문자를 위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해 왔다.

프로젝트바닐라 수장인 구 대표는 금융투자와 테크를 모두 경험했다. 도이치증권, 우리선물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7~8년을 일했고 토스와 카카오페이에서도 신규 사업 업무, 투자 총괄을 도맡았다. 테크 혁신에 전문성까지 겸비한 MTS 개발을 이끌게 된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직원들도 대부분 핀테크·IT기업 출신의 젊은 인재들로 구성됐다. 구 대표가 2030세대 입맛에 맞는 MTS에 자신하는 이유다.

구대모 프로젝트바닐라 대표이사.(사진=이데일리)
프로젝트바닐라의 새 MTS ‘바닐라’는 오는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복잡한 금융상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주는 정책 ‘플레인 바닐라(Plain Vanilla)’ 철학에서 출발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꼭 필요한 기능들을 중심으로 간결화 한 게 특징이다.

구 대표는 “금융기관에서 꽤 오랜 시간 몸담은 나에게도 증권사 MTS는 여전히 어렵다. 여전히 모르는 기능이 훨씬 많다”며 “데이터를 보니 일반적인 MTS의 수천개 화면 중 약 3개 화면에서 90% 이상의 페이지뷰가 발생했다. 앱을 열면 보이는 홈화면, 관심종목의 주가 추이, 개인의 자산 현황이었는데 이를 감안해 군더더기를 과감히 줄였다”고 말했다.

사명에 ‘프로젝트’가 들어간 것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사용자 눈높이에 맞는, 쉬운 MTS를 만드는 것을 시대적 소명으로 여기고 주식 투자에 있어 혁신을 이뤄보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구 대표는 “한 번은 미용실 원장님이 삼성전자 100주를 사는 데 어려움을 겪어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줬는데, 다음번에 같은 걸 또 물어봤다. 그분이 원하는 건 굉장히 단순한 일이었는데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현 MTS가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식 투자 분야에서 필요한 혁신이 정말 많다. 이를 다양한 프로젝트로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다”고 전했다.

바닐라의 주요 타깃은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2030세대다.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주식 매매 서비스에 중점을 뒀고 선물·옵션 등 고위험 상품군은 취급하지 않는다. 향후에는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바닐라는 종목을 장바구니처럼 한번에 담아 살 수 있다. 이커머스 원리를 일부 차용했다. 또 경험을 쌓을수록 다양한 기능을 꺼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이를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점에 빗댄 것이다.

구 대표는 “주린이도 결국 성장을 할 것이다. 기능을 제한하는 게 아닌 유저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라며 “처음은 어렵지만 투자를 하다 보면 경험치가 쌓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정보와 기능에 대한 수요가 생길 텐데 그때 이를 충족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시장가, 지정가 등 단어를 낯설어하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정보가 책장 가득 담겨 있는 방에 들어가면 막막하겠지만, 필요한 서류들이 서랍별로 잘 라벨링 돼 있다면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 거다. 게임처럼 기능을 꺼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라고 짚었다.



구대모 프로젝트바닐라 대표이사.(사진=이데일리)
프로젝트바닐라의 무기는 개인화된 콘텐츠다.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요즘 각종 채널을 통해 쏟아지는 주식 정보들에 피로를 느끼는 투자자들에 쉽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새 MTS의 ‘바닐라PICK’은 바닐라의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구성해놓은 형태다. 프로젝트바닐라에서 일차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KB증권 리서치센터를 통해 다듬고 전문성을 보완한다.

이를 서비스화한 ‘DIY테마’는 3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처럼 본인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본인의 구성 리스트 수익률이 좋다면 주변에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트레이딩’ 기능도 연내 출시한다. 구 대표는 “불법적으로 행해지면서 많은 문제가 됐던 주식 리딩방을 대신할 수 있는 합법적 방식의 서비스”라고 부연했다.

구 대표는 경제 뉴스나 기업 정보를 읽다가 주식거래가 필요한 맥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주식을 통해 돈을 버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개인이 생각하는 방향이 1~2년 뒤에 미래가치가 있는지, 투자해도 괜찮을지 조언을 주는 방향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튜브, 책을 보고 공부하는데도 정보를 걸러내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큐레이션된, 개인화된 콘텐츠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아직은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플랫폼 성장을 위해 개개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쉽게 만든다고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2030세대 대상 서비스는 재미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3분기 해외 주식 서비스와 함께 내년 말을 목표로 로보어드바이저도 준비 중이다. 줌인터넷의 자회사이자 프로젝트바닐라 관계사인 엑스포넨셜자산운용과 협업할 방침이다.

“전통적으로 규제가 강한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특히 토스나 카카오페이처럼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춘 기업들이 각자 방식대로 모바일 투자 분야에 헌신하겠다고 하면 역량 있는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고,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면 위협 요인보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구 대표는 간편한 MTS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흐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 2월에는 토스가 간편한 MTS로 증권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바닐라는 토스와 서비스 지향점은 닮았지만 차별화한 점도 눈에 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자체 증권사 설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프로젝트바닐라는 고객과 증권사 사이의 매개 역할을 한다. 이에 기존 주식계좌가 있다면 신규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된다. 바닐라 앱 안에서 여러 증권사 계좌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구 대표는 토스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브랜드로 검색하면 회사 이름이 나오고, 사용자가 가치를 느낄 만한 정보를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점을 투자자들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같다”면서 “바닐라의 경우 리서치센터와의 시너지는 타사들과 비교해 확실히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KB증권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디테일을 키우고 있으며 출시 후에도 지속적인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