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마코공주 결혼, 日국민 97%가 반대하는 이유
by김보겸 기자
2021.03.22 02:03:44
일본 왕실 기대주 마코 공주 평민 대학동창과 약혼
2017년 약혼 발표 후 예비 시댁 가정사 폭로로 곤혹
여론조사서 일본 국민중 97%가 공주 결혼에 반대
일왕실도 탐탁찮아 하는 분위기..일본판 메건 될수도
| 마코 공주가 2017년 대학 동창인 고무로 케이와 약혼 소식을 밝혔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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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공주가 평민과 사랑에 빠졌다가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시월드 탓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상대는 동갑내기 대학 동창. 아키히토 전 일왕의 손녀이자 차기 왕위 승계 1순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의 딸 마코(眞子) 공주 이야기다. 그는 25세였던 지난 2017년 기자회견을 열고 약혼 소식을 전했다. 약혼자인 도쿄의 법률 사무소 직원인 고무로 케이(小室圭)에 대해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처럼 밝게 웃는 그의 미소에 끌렸다”
마코 공주는 솔직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제기독교대학(ICU) 재학 당시 학생식당에서 여러 번 목격되는가 하면 2016년 영국행 비행기에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왕실 전문 기자가 “서민 생활에 가까운 검소한 생활을 보낸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고무로와 데이트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지난 2019년 일본 마코 공주가 일본 이주 120년 행사 참석을 위해 볼리비아를 방문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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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래 2018년으로 예정된 이들의 결혼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고무로의 가정사에 대한 주간지 보도 이후 여론이 급격히 싸늘해진 탓이다.
문제가 된 건 고무로의 어머니와 옛 애인과의 관계였다. 과거 교제한 남성에게 400만엔(약 4152만원)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주간지 보도가 나오면서다. 마코 공주가 세금으로 마련한 지참금으로 약혼자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왕실 규정에 따라 마코 공주는 일반인 남성과 결혼하며 왕족의 지위를 잃게 되는데, 품위 유지 명목으로 받는 일시금이 최대 1억5250만엔(약 16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무로의 아버지 역시 그가 10살 때인 지난 2002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극단선택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고무로의 어머니가 신흥 종교 신자이며, 왕실에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며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일본내에서는 왕실의 기대주인 마코 공주를 이런 논란이 있는 집안과 결혼시켜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약혼 발표 3년만인 지난해 11월이 다 되어서야 후미히토 왕세제가 결혼을 인정했지만, “결코 많은 상황이 납득하고 기뻐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탐탁지 않아 했다.
일본 내에선 이들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최근 주간아사히는 1만30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세기의 결혼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97%를 넘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무로가 총대를 메고 공주와 헤어지겠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쉽지는 않은 얘기다. 오타베 유지 시즈오카복지대 명예교수는 “왕족의 러브콜을 거절하면 그야말로 몰매”라며 “마코 공주가 먼저 이별을 고하지 않는 한 결혼할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했다.
다만 마코 공주의 심경에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약혼자를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 치켜세우며 결혼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던 마코 공주이지만, 최근 들어선 여론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왕실 출입 기자는 일본 주간지 주간여성에 “마코 공주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궁내청 관계자 역시도 “마코 공주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8일 영국 리버풀에서 시민들이 오프라 윈프리와 메건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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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사랑을 받는 공주이다 보니 평범한 사무직인 고무로가 남편감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는 최근 고무로가 ‘일본판 메건 마클’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가정사를 이유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건 메건도 마찬가지였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되던 해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이 해리 왕자보다 3살 연상으로 이혼 경력이 있다는 점에 세간은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메건에 비판적인 영국 데일리메일은 그가 2년 만에 이혼했다는 점을 들며 “해리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건 메건이 스타덤에 오른 미국 드라마 ‘슈츠’에서 맡은 역할이 패러리걸(Paralegal·법률사무 보조원)로, 도쿄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일한 고무로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프레지던트는 “메건은 실제로도 여성 인권문제나 아프리카 지원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패러리걸 연기를 통해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무로 역시 일본에서 패러리걸로 일했으며 현재는 미국 뉴욕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다. 평소 성적대로라면 오는 7월 시행하는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물(?) 먹은 그이기에 지금의 일본 왕실을 더더욱 견딜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무로의 눈에는 일본 왕실이 영국 왕실 이상으로 낡은 체질이 남아 있으며 인습 덩어리로 비칠지도 모른다고 프레지던트는 전했다. 미치코 상왕비와 마사코 왕비는 각각 최초의 평민 출신 황태자비라는 이유로,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왕실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016년 USA 네트워크 드라마 ‘슈츠’ 프리미어에 참석한 메건(왼쪽 두번째)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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