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by이명철 기자
2019.04.29 05:40:00
차이나그레이트 사태 후 中기업 주가 하락세
EAH 상장폐지 시 전체 투자심리 악화 우려
자력으로 감사인 구해야 해…선택지 많지 않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차이나그레이트(900040)(이하 CG)의 감사의견 거절에 이어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이하 EAH)의 감사인 미선임 등으로 중국 기업 감사대란 우려가 재차 확대됐다. 상장 규정 개정으로 1년간 상장폐지 유예가 가능한 CG와 달리 EAH는 감사보고서 미제출 시 즉각 상장폐지 조치된다. 한국거래소는 기한 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예외를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사의 신뢰도 하락은 주가 부진으로 이어진다. EAH 자체 시가총액은 거래가 정지된 지난 19일 기준 약 251억원으로 금액 자체가 큰 수준은 아니다. 다만 CG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이어 즉각 EAH가 상장폐지될 경우 한국에 상장한 중국기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본사가 중국에 위치한 이들 기업 특성상 하나의 기업 이슈에 다른 곳도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실제 CG가 감사의견 거절 소식을 알린 지난 18일 이후 6거래일간 국내 상장한 중국기업 8개(GRT(900290) 로스웰(900260) 에스앤씨엔진그룹(900080) 오가닉티코스메틱(900300) 윙입푸드(900340)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 컬러레이(900310) 헝셩그룹(900270))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9121억원에서 8888억원으로 233억원 가량 감소했다.
EAH는 고의로 감사인을 해임한 것이 아닌 만큼 감사인을 다시 선임할 때까지 유예 기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상장 규정상 감사인 해임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었던 만큼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상장 규정과 달리 외부감사법은 감사인 해임 요건이 규정됐고 해임 시 증권선물위원회에 즉시 신고토록 하고 있다.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시간에 대한 협조를 얻지 못해 회계법인을 해임했지만 단기간 내 신규 회계법인을 찾지 못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중국기업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거래소 측에 감사인을 해임할 수밖에 없던 부분을 소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감사보고서 미제출에 따른 상장폐지는 이의신청도 없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EAH가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한 내 감사인을 선임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일단 ‘의견거절’이라도 받아 놓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도 이의시청을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음으로써 재감사 시간을 벌게 된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상장외국법인은 규정이 정한 회계법인만 외부감사인으로 지정할 수 있어서다. 이들 요건을 적용할 때 사실상 선택지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외부감사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감사인 지정 조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기업이 자력으로 외부감사인을 맡을 회계법인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EAH측 관계자는 “현재 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 자격을 갖춘 다른 회계법인들과 협의하는 중”이라며 “조속히 신규 감사인을 선임해 불확실성 해소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