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小確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by이성기 기자
2018.08.27 05:30:00

''낮맥'' 겨냥 수제맥주 원하는 만큼 마시는 ''스마트 시스템'' 도입
배달 앱 제휴로 가정간편식(HMR)·투고(to go) 메뉴 강화
때론 콘서트장으로 색다른 경험 제공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최근 명동중앙점을 ‘빕스&비어 바이트’로 재단장, 팔찌형 탭 밴드로 터치해 다양한 수제맥주를 직접 따라 마시는 시스템을 도입했다.(사진=CJ푸드빌)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직장인 박모(34)씨는 최근 서울 명동에 있는 회사 인근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화려한 변모에 놀랐다. 수제·해외 맥주를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매장에 흐르는 힙합 음악은 마치 홍대 클럽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박씨는 “가족 외식의 대명사였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시대가 바뀌면서 여느 ‘핫 플레이스’ 못지 않은 트렌디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혼밥족’ 증가, 가성비·소확행(小確幸 ·일상 속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차별화 한 전략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였지만, 각종 가정간편식(HMR)과 다양하고 고급화 한 편의점 제품 공세에 ‘뒷전’에 밀린 처지였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VIPS)는 상권별 특화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오피스 상권인 퇴계로 제일제당센터점을 샐러드 특화 매장 ‘빕스 프레시업’(VIPS Fresh Up)으로 꾸민 데 이어 최근 명동중앙점을 다양한 맥주와 특별한 음악이 있는 이색 콜래보레이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빕스앤비어 바이트’(VIPS&BEER BITE)인 이곳에선 20여종의 수제 및 해외 맥주를 취향껏 즐길 수 있는 ‘탭 스테이션(Tap Station)’을 마련했다. 매장 입장 시 팔찌 형태의 탭 밴드(Tap Band)를 제공, 고객이 셀프로 맥주기계를 터치해 원하는 만큼 맥주를 따라 즐기는 방식이다.



빕스 관계자는 “무조건 잔 단위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 탭에서 조금씩 따라 맛본 뒤 입맛에 맞는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어 ‘소확행’을 즐기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라며 “리뉴얼 이후 주류 매출이 6배 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주 52시간’ 시행 이후 저녁 회식 자리가 줄어든 대신, 향과 맛이 좋은 수제 맥주를 점심에 한잔씩 곁들이는 ‘낮맥(낮에 마시는 맥주) 문화’도 확산 중이다. 공간을 채우는 음악에도 특별함을 더했다. Mnet닷컴과 힙합 레이블 ‘AOMG’이 콜래보레이션한 음악으로, 한층 젊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식 배달 앱과의 제휴를 통해 레스토랑 메뉴를 매장 밖 고객에게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사진=CJ푸드빌)
패밀리 레스토랑의 변화는 매장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식 배달 앱과의 제휴를 통해 매장 밖 고객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굳이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샐러드부터 스테이크’까지 레스토랑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도시락을 선보였다.

빕스의 ‘다이닝 인 더 박스’는 고기류와 피자, 파스타, 라이스, 샐러드 등 6가지 카테고리의 20여종 단품 메뉴 도시락으로, O2O(Online to Offline) 외식 배달 서비스 앱 ‘우버이츠’와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TGI 프라이데이스(TGIF) 역시 배달 앱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런치박스 4종을 배달 서비스 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때론 콘서트장으로 변신, 고객들에게 특별한 외식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CJ푸드빌)
때론 콘서트장으로 변할 때도 있다.

‘설레는 음악과 다양한 음식이 함께하는 한여름의 축제’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음악 캠페인 ‘빕스테이션’으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외식 경험을 선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 확장에서 벗어나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고 색다른 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