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보니 값 다르고 물건 없고…부동산 허위매물 '기승'

by성문재 기자
2018.07.10 05:00:00

인터넷자율정책기구 상반기 조사
신고 4만4371건…전년比 149%↑
집값 급등한 강남3구 가장 많아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1. 서울 강남권에 있는 A공인중개업소는 14억500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B아파트 전용면적 84㎡형 매물을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페이지에 15억5000만원에 여러건 광고 등록했다. 해당 광고만 본 수요자라면 해당 물건의 적정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고 보니 B아파트 부녀회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호가를 담합한 사례로 드러났다.

2. 강남구 C공인중개사 사무실은 올해 초 17억원에 거래된 D아파트 전용 84㎡를 한달 동안 계속 매물로 올려놨다. 집값이 급등하던 상황에서 해당 면적형은 금세 18억원을 찍었고 상당수 매수 희망자들이 C공인에 문의 전화를 하거나 발품을 팔았지만 헛수고만 했다.

올 상반기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1392곳이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제재를 받았다. 특히 고가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허위매물 등록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9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6월 총 1392개 중개업소가 1807건의 부동산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제재를 받았다. 제재 중개업소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5개(36.9%) 증가했고 제재 건수도 615개(51.6%) 늘었다.

올 상반기 매물등록 제한 조치를 받은 중개업소의 소재지를 조사한 결과 서울시(801건)와 경기도(829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값이 비싼 강남3구가 34%(272건)에 달했다. 구별로 보면 송파(98건)·서초(89건)·강남(85건)·성동(78건)·강동구(71건) 등의 순이다.



경기도는 용인시가 192건으로 제재 중개업소가 가장 많았다. 화성(149건)·성남(95건)·과천(73건)·수원시(58건) 등이 뒤를 이었다.

허위매물 신고 건수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총 4만4371건이 신고돼 전년 동기보다 149%(2만6547건) 늘었다.

신고 사유를 유형별로 보면 가격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프리미엄(웃돈) 미기재 등에 해당하는 ‘허위가격’이 2만3869건으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거래가 완료된 매물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노출돼 있어 허위매물이 되는 ‘거래완료’도 1만3813건(31.1%)으로 많았다.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의 ‘온라인 부동산 매물광고 자율규약’에 따라 중개업소가 스스로 시정하거나 중개업소에서 허위매물을 인정하면 경고가 부과되고 매물 노출이 종료된다. 중개업소가 정상 매물이라고 주장할 경우 유선 및 현장 검증을 통해 7~14일 매물 등록을 제한한다.

KISO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 환경 변화를 고려해 악의적인 거짓 신고자에 대한 규제 방안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허위매물을 등록하는 중개업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성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