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마을문제 해결사 ‘우리동네 주무관’

by박철근 기자
2017.12.25 06:00:00

시내 24개구·342개동 5864명이 구역별 민원 해결사 자처
서대문구 북가좌1동서는 숙원사업이던 육교철거·‘X’자형 횡단보도 설치 해결
금천구 시흥4동 중장년 1인 가구 문제 해결 위한 ‘혼밥의 달인’ 모임 결성
시 “우리동네주무관 통해 생활민원 및 마을문제 해결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4월 송용섭(55) 서대문구 북가좌1동장은 북가좌초등학교 사거리 앞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하는 녹색어머니회를 만났다. 이곳에는 요즘 보기 드문 육교가 있지만 실제 등하교 시간에 육교를 이용하는 학생은 20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외로 나가는 대형트럭들이나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량들 때문에 어린이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거리를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를 세 번이나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송 동장은 “이곳의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녹색어머니회, 마을계획단과 의기 투합해 육교철거를 계획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서대문구청의 지원을 통해 육교철거를 확정하고 내년(2018년)에 ‘X자’형 횡단보도를 설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육교가 설치됐어도 어린이 교통사고 빈번하게 발생해 마을 문제가 됐던 서대문구 북가좌초등학교 사거리(왼쪽)가 우리동네주무관과 마을주민의 노력으로 육교를 철거하고 2018년 4월에 ‘X’자형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사진= 서대문구)
서울시가 ‘찾아가는 복지행정’을 표방하면서 시작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찾동 사업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면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15년 13개구·80개동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4개구·342개동으로 대폭 늘어났다.

찾동 사업은 비단 복지사각지대 해소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에 우리동네주무관이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동네 주무관은 복지플래너, 방문간호사와 함께 성공적인 찾동사업을 수행하는 큰 축 중의 하나다. 동 전체를 몇 개의 구역으로 세분화한 뒤 구역별 현장을 찾아 동네와 주민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주민간의 관계를 촉진하고 생활민원 청취,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송 동장도 북가좌1동의 첫번째 ‘우리동네주무관’이다. 서울시는 각 동장을 우리동네주무관 1호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통’ 단위의 구역을 담당한다면 각 동장은 동 전체를 살피는 우리동네주무관이다.

현재 찾동 사업을 하고 있는 24개구·342개동 배치 공무원(7234명) 가운데 81.0%인 5864명이 우리동네주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1.91개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 달에 네 차례 이상 담당 동네로 나가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금천구 시흥4동의 김미희(54) 동장은 올해 찾동 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1인가구나 고령화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마을과 복지를 통해 풀어갈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른 우리동네주무관들, 마을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장소에서 이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시흥4동은 공유창고·마을우체통·마을의자 등 ‘공유 3종세트’를 설치해 시흥4동이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공유창고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쓸만한 물건을 가져다 두면 필요한 주민이 유용하게 가져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마을 곳곳에 설치한 우체통은 주민들이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편지를 통해 알려주거나 마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금천구 시흥4동은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해 마을주민들이 요리강사로 변신해 요리를 강습해 스스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하는 ‘혼밥의 달인’이라는 자체 모임을 결성했다. (사진= 금천구)
이외에도 시흥4동은 1인 가구 문제를 특별하게 풀어보고자 노력했다.

오승섭(43) 시흥4동 주무관은 “은둔형 1인 중장년을 모아 자조모임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의 이름은 ‘혼밥의 달인’. 이 모임에서는 중중장년 1인가구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이 요리강사가 돼 요리법을 알려주고 청결한 생활환경을 위해 수납정리 강의도 하고 있다.

혼밥의 달인과 공유 3종세트의 성공은 지역에서 금세 유명해졌다. 이처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우리동네주무관들과 지역주민들이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수 차례 머리를 맞댄 소통의 결과로 꼽는다.

북가좌1동도 다르지 않다. 송 동장은 “녹색어머니회의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고마워했던 작은 일이 북가좌1동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출발점이었다”며 “우리동네주무관활동을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과 문제인식들을 공유하고 소통을 통해 결국 숙원사업을 해결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보화 서울시 자치행정과장은 “찾동을 시행하면서 지역주민의 일상에 접근해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해답이 우리동네 주무관”이라며 “서울시민 누구나 우리동네 주무관을 통해 생활민원 처리부터 마을의 문제 해결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