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세율인상 없어도 올해 법인세 7조..사상 최대 전망

by양희동 기자
2017.08.03 05:00:00

올 상반기만 3.4조..작년 한해 보다 세금 더내
역대 최고 실적이 정부의 세수 증가로 이어져
세율 인상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필요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 및 국내 법인세비용 변화 추이. 올해는 법인세율 인상을 감안하지 않은 추정치. [단위=억원·자료=감사보고서·에프앤가이드]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국내 법인세로 7조원 이상을 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낸 세금의 두 배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전년보다 법인세를 곱절 이상 더 낼 수 있는 원동력은 실적에 있다. 글로벌 메모리시장 ‘슈퍼사이클’로 반도체 사업에서 1·2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우면서, 납부하는 세금도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는 초(超)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올리기보다는, 투자 활성화 및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돕는 친(親) 기업 정책을 펴는 쪽이 세수 증대에 더 효과적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삼성전자의 최근 5년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 회사가 법인세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2조 1141억원이었지만, 2016년엔 1조원 이상 늘어난 3조 1453억원이었다. 또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3조 4000억원으로 추산돼 이미 작년 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2017년 연간 법인세는 세율 인상분을 빼더라도 약 7조 2000억원으로 예상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8000만대가 팔린 ‘갤럭시S4’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연간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던 2013년에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인 6조 2877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국가를 위해 쓰일 세금을 전년 대비 무려 4조원이나 더낼 수 있는 것은 반도체 호황과 ‘갤럭시S8’ 판매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덕분이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분기별 영업이익인 9조 9000억원을 벌어들였고 법인세비용으로 1조 4360억원을 썼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한해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비용(1조 2049억원)보다도 20% 가량 많은 규모다. 또 2분기에는 14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 세금으로만 약 2조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업의 실적 개선과 성장이 곧바로 정부의 세수 증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려서 삼성전자로부터 더 받을 수 있는 세금은 한해 4000억원 수준”이라며 “법인세율을 올려 기업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는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수 확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이 자칫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매년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장치 산업 분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업황에 따라 유동적인데 비해 법인세율과 시설투자비용 등은 고정적이라 세율 인상이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보유 현금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 및 투자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시설투자비 22조 5000억원과 분기 배당, 자사주 매입, 하만 인수 비용 등으로 인해 지난 6월 말 기준 순현금 규모(53조 8000억원)가 석달 전에 비해 19조 1000억원이나 줄었다. 또 하반기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적용할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도 수립해야하고, 시설투자 확대도 예상돼 비용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 연말 삼성전자의 순현금 규모는 작년 말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 회의)에서 “회사의 순현금 규모는 시설투자 확대 상황에서 하반기도 지속 투자될 것이고 분기배당, 자사주 매입 등 현금지출도 있다고 가정할 때 작년 말보다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은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및 M&A 자금 확보가 절실할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총수 부재’ 장기화 우려 속에 법인세율 인상까지 겹친다면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