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 강자 EMC 품은 델, 국내 시장서 HP와 1위 다툼 '시동'

by김관용 기자
2015.10.15 00:18:1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인수·합병을 통해 PC 제조 회사에서 기업용 IT 회사로 변신한 델(Dell)이 세계 최대 스토리지 업체인 EMC까지 끌어안았다. 국내 기업용 장비 시장에서 HP에 뒤져 만년 2위에 머물렀던 델은 EMC를 등에 업고 HP와 1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델의 EMC 인수 자금은 670억 달러(약 77조원)에 달한다. 인수 금액은 전 산업 분야에서 세 번째, IT 분야에선 역대 최고 금액이다. 델은 EMC 인수를 내년 중 마무리할 예정으로 델과 EMC의 한국 법인 역시 통합이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기업용 하드웨어의 핵심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다. 최근 기업용 하드웨어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하나로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공급되는 추세다. 서버 분야에 강점이 있는 델코리아와 스토리지 강자인 한국EMC의 합병으로 양사는 통합 장비 시장에서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EMC는 클라우드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인 가상화 소프트웨어 회사 VM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인 피보탈과 보안 업체인 RSA도 EMC 자회사다. 델은 이들을 모두 끌어안으면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차세대 IT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김성준 델코리아 부사장은 “EMC가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델의 IT 인프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델코리아는 국내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 강자인 한국HP와 본격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델코리아는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2위다. 업계 1위인 한국HP와는 점유율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HP는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한국IBM과 3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의 경우 델코리아가 4% 대의 시장점유율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EMC는 40% 가까운 점유율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델코리아는 네트워크 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한국HP와의 접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업 규모면에서도 델코리아는 한국HP와 동등한 수준까지 몸집이 커진다. 델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3248억원 수준이었다. 한국EMC 매출 역시 3234억원으로 비슷하다. 한국HP의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사에서 2010년 기준 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해 한국HP 매출액은 업계 추산으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PC 및 프린터 매출을 제외하면 7000억원 수준이다.

한국HP는 11월 1일 프린터 및 PC사업부가 ‘HP Inc.’로, 기업용 하드웨어와 서비스 부문은 ‘HP 엔터프라이즈’라는 사명으로 쪼개질 예정이다. 델코리아는 한국EMC와 손잡고 HP 엔터프라이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외국계 IT기업 한 임원은 “한국IBM의 x86 서버 사업이 한국레노버로 이관된 이후 한국HP x86 서버 사업이 더욱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델의 EMC 인수는 PC 회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완전한 기업용 IT인프라 회사로 거듭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델과 EMC 합병 이후 통합 법인의 국내 지사장이 누가될지도 관심사다. 델코리아는 지난 2013년부터 김경덕 사장이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IBM과 시스코 코리아 등을 거친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김경진 한국EMC 대표의 경우 2003년부터 한국지사를 이끌어 오며 최장수 해외 IT기업 지사장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인물이다. 본사 수석부사장 직을 겸임하면서 한국인으로는 글로벌 IT기업에서 최고위직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