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똘똘하다"..소형 위성 시대가 온다

by이승현 기자
2015.03.11 00:13:02

민간 기업·대학, 소형위성 사업 적극 나서..고집적화 등 기술발전 산물
발사체 시장에도 변화..한국, 소형·초소형위성 개발 재시동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구글은 최근 민간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 X에 10억달러를 투자, 인공위성을 통한 인터넷망 구축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이 사업은 위성 수백개를 지구 저궤도(수백㎞ 상공)에 띄워 지구촌 곳곳을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 위성은 지구 상공에서 인터넷 신호를 송수신해 지상으로 전송하는 첨단 ‘와이파이 위성으로 무게 113kg의 소형급이다.

우주항공 및 군수기업 보잉 역시 차세대 소형위성인 ‘팬텀 피닉스’를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작지만 똘똘한 인공위성들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과 성능 한계로 소형위성을 만들었다면 지금의 고집적화 등 기술 발전으로 장비 소형화가 가능해져 대형위성 못지않은 작은 위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형위성은 저렴한 개발비용과 발사비용 등 경제성도 인정받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개발주체가 기존의 정부차원에서 민간 기업은 물론 대학과 연구소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 민간 우주항공기업 보잉의 차세대 소형위성 플랫폼 ‘팬텀 피닉스’. 보잉 제공
소형위성은 보통 무게 100kg 이하 위성을 일컫는다. 정부가 이달 말 러시아에서 발사할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호’의 무게가 1100kg인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이하 규모이다.

소형위성들은 우주방사선 측정과 우주입자 검출, 생물실험 등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과학실험 용도로 많이 쓰인다. 아울러 소형 위성 자체가 첨단 우주기술을 실증하는 실험체로도 쓰인다.

일례로 일본 도쿄대학은 지난해 무게 66㎏의 소형위성 ‘효도요시 4호’에 이온엔진을 탑재,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온엔진은 기존의 고체 및 액체연료 엔진에 비해 적은 양으로 장시간 가동이 가능해 차세대 심우주선 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무게 10㎏이하 초소형 위성인 이른바 ‘큐브위성’(cubesat)이 인기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규격화(1유닛)된 무게 1kg 가량의 위성이다. 개발비용은 통상 1억~2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큐브샛은 당초 대학에서 교육용으로 제작됐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10년부터 발사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면서 저렴한 과학실험용 위성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간 모두 510개의 소형위성이 발사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발사된 소형위성이 620개인 것에 비하면 연간 기준으로 6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최성봉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장은 “예전에는 대형위성으로 가능한 기능이 지금은 작은 위성으로도 가능해졌다”며 “무게가 적고 부피가 작아지면 발사도 용이해져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소형위성이 주목받으며 발사체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저렴한 발사비용을 내건 소형 발사체 기업들이 하나둘 출현하는 것이다.

파이어플라이의 소형 위성용 발사체인 ‘파이어플라이 알파’. 파이어플라이 제공
민간 우주회사인 파이어플라이는 지난해 400㎏까지 실을 수 있는 소형 로켓인 ‘파이어플라이 알파’를 공개했다. 소형위성을 주 타깃으로 한 이 로켓의 발사비용은 800만~900만달러. 글로벌 우주기업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스페이스 X의 공식 발사비용이 현재 6120만달러인 점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지원한 우주기업인 로캣랩은 110㎏까지 탑재 가능한 자사 발사체의 발사비용으로 490만달러를 제시했다. 큐브위성만 전문으로 1유닛은 10만달러, 3유닛은 25만달러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기업(큐브캡)도 있다.

위성이 작아지자 발사체로 로켓이 아닌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미 국방고등연구사업국(DARPA)은 ‘F-15 전투기’에 소형 위성을 탑재, 대기권 위에서 위성을 궤도에 올려보내는 구상을 하고 있다.

로켓 발사는 기상 등 주변환경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만약 비행기를 이용한 발사가 가능해지면 위성을 더욱 손쉽게 자주 쏘아올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한국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항우연은 100㎏급 위성의 표준화와 모듈화 등을 목표로 한 ‘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개발, 2017년 발사할 계획이다.

경희대 팀이 개발한 우주방사선 및 자기장 분포 측정 큐브위성 ‘시그마’(SIGMA).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미래부 관계자는 “차세대 소형위성의 기본임무는 우주 기원과 기상, 환경 등 우주 탐사”라며 “이 위성은 지구가 아닌 우주를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지구 관측을 위한 대형위성인 아리랑 위성과 과학임무용 소형위성을 투트랙으로 함께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큐브위성의 경우 국내에선 아직 해외처럼 보편화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항우연은 2013년 1회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열어 △경희대팀의 ‘시그마’(SIGMA) △조선대팀의 ‘스텝 큐브 랩’(STEP Cube Lab) △충남대팀의 ‘파이용-세일’(Paillon-sail) 등 3개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시그마 위성은 우주방사선 및 자기장 분포를 측정하고, 스텝 큐브 랩 위성은 큐브위성의 궤도검증을 수행한다. 파이용-세일 위성은 태양돛을 이용한 큐브위성이다. 이들 큐브위성은 항우연의 지원을 받아 올해 말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다.

경희대팀 리더인 이성환(31) 씨(경희대 우주과학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는 “큐브위성은 우주입자 측정과 광학실험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며 “한국에서도 저변확대가 많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대 팀이 개발한 궤도검증 수행용 큐브위성 ‘스텝 큐브 랩’(STEP Cube Lab).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충남대 팀이 개발한 태양돛을 이용한 큐브위성 ‘파이용-세일’(Paillon-sail).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