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양 속 작은 유럽' 마카오의 매력 속으로 걷다

by강경록 기자
2014.01.21 06:00:00

걸으면서 보는 세계문화유산 30개
이색 바닷가 마을 ''콜로안 빌리지''
해질 무렵 깨어난다 ''코타이 스트립''

마카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 ‘성 바울 성당’의 유적. 처음 대면하면 웅장함에 압도되고, 이후 세세한 부조의 의미를 하나하나 이해하게되면 더 감탄스럽다. 가톨릭의 상징인 한자와 라틴어, 그리고 갖가지 동서양의 상징들과 어우러져 있어 벽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사진=마카오관광청 제공)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도박의 도시’ ‘화려한 밤의 도시’의 대명사.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 희뿌연 연기 아래 연신 카드를 돌리는 사람들. 기상천외한 쇼들이 밤낮을 채색하고 시간도 흐름을 잠시 멈추는 곳. 흔히 우리가 아는 마카오의 단상이다. 하지만 이는 편견이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마카오는 ‘동양 속 작은 유럽’이다. 곳곳에서 동·서양의 조합이 묻어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포르투갈풍의 건축물과 유적이 즐비하고, 식당에서 파는 음식도 광둥요리와 포르투갈식으로 나란히 식탁 위에 오른다. 두 가지를 접목한 새로운 방식인 매케니즈 요리도 여기서 개발됐다. 코린트식의 수백년 된 유럽풍의 유산 옆에 고색창연한 도교사원이 들어서 있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조합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마카오의 중심거리 세나도 광장에 서면 한쪽은 남유럽의 골목에 와 있는 느낌이고, 다른 쪽은 분주한 중국 골목에 선 듯하다. 반나절만 거닐면 된다. 동·서양의 완벽한 만남에 푹 빠질 수 있다.

마카오 여행의 시작점인 ‘세나도 광장’. 공식적인 행사나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포르투갈풍의 물결무늬 바닥이 눈에 띄는 곳으로 주변을 둘러싼 예쁜 빛깔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걸어서 보는 세계문화유산

마카오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과 광장이 30개에 이른다. 포르투갈이 지배한 영향으로 동서양 문화가 고루 묻어나는 건물들이 넘쳐난다. 하루 정도면 마카오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매력적인 건 대부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선이 머무르는 곳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세계문화유산이 앞다퉈 펼쳐진다.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한껏 열어두어야 한다.

둘러보는 코스도 마련돼 있다. 성 바울성당에서 세나도광장을 거쳐 아마사원까지 걷는 도보 코스가 대표적이다. 세계문화유산 중 상징적인 건물은 성 바울성당 유적이다. 아시아 최초의 유럽 스타일의 대학인 성 바울대학의 일부로 1580년에 건립됐고, 1835년 화재로 정문과 계단 등 뼈대만 남았다. 성 바울성당 옆에는 중국의 신인 ‘나차’를 섬기는 나차사원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1888년 전염병을 막기 위해 성당 옆에 지은 사원인데 물론 두 곳 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이다.

시의회 건물로 쓰이는 릴 세나도빌딩이나 로버트 호 퉁 경의 도서관은 희고 연노란 색의 화려한 유럽풍이지만 안뜰에는 소담스런 정원을 갖추고 있다. 일종의 매케니즈 식이다. 매케니즈는 원래 중국과 포르투갈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을 뜻하는 말이지만 건축물을 넘어서 마카오의 음식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인다. 매케니즈는 마카오에 거주하기 시작한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향신료와 조립법으로 요리하면서 탄생했다. 여기에 여러 기항지의 양념이 추가돼 독특한 퓨전요리가 완성됐는데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맛을 낸다. 말 그대로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다.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아시아 선교의 주역이었던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를 기리는 성당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기도 하다.
△아름답지 않은 ‘이색’은 없다…콜로안빌리지

작은 어촌마을 콜로안빌리지는 호젓하고 운치 있어 산책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만하다. 버스가 서는 콜로안빌리지 로터리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는 이색적인 수상가옥과 건조한 어패류를 판매하는 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는 한류드라마 ‘궁’의 촬영 배경이 되었던 한적한 해안가도로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드라마에서 윤은혜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만난 마을 아저씨에게 ‘방가방가’ 했던 곳. 호젓하고 운치 있는 길이라 천천히 산책하기 그만이다.

해안가 도로 중간쯤에는 노란 빛깔의 예쁜 성당이 있다. 아시아 선교의 주역이던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를 기리기 위한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성당’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성당 앞 광장에 있는 탑은 1910년 해적 소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성당에서 몇 걸음만 더 가면 나오는 작은 도서관. 윤은혜가 자전거를 세우다가 주지훈을 발견하고 나서 ‘심봤다!’라고 외쳤던 곳이다. 도서관 맞은편 가로수는 윤은혜에게 손을 흔들어 주던 주지훈이 서 있던 자리. 해안가뿐만 아니라 콜로안마을의 골목골목은 길을 잃고 온종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성당 앞 광장 주변에는 마카오 주민들의 브런치 장소로 사랑받는 맛 좋고 저렴한 로컬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더 베네시안 마카오의 인공 하늘.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테마로 해서 만들어진 곳이라 호텔 곳곳을 다니다 보면 마치 진짜로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파란 인공 하늘이 인상적인 쇼핑 아케이드 그랜드 캐널 숍스는 그 사실감에 더 놀라는 곳이다.
△해 질 무렵 깨어난다…코타이스트립

타이파섬과 콜로안섬 사이의 매립지, 코타이스트립은 마카오에서 꼭 가봐야 할 최고의 명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그 화려함에 놀라고, 그다음엔 풍성한 볼거리에 놀라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호텔들. 호텔이 무슨 볼거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단지 호텔의 역할을 넘어서 디자인과 인테리어 자체가 볼거리로 꼽히는 명소 중의 명소. 그중에서도 코타이의 대표적인 호텔은 단연 더 베네시안 마카오와 크라운 타워즈, 하드록 호텔 마카오 등 세 군데 호텔이 모여 있는 시티 오브 드림즈다.

더 베네시안 마카오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테마로 한 대형리조트로 스위트룸만 3000여개니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외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베네치아에 가서 찍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안으로 들어서면 눈부신 황금빛으로 꾸며진 로비와 혼천의, 천장화가 돋보이는 그레이트 홀이 우아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 또 하드록 호텔 마카오는 이름처럼 록 음악을 테마로 하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하게 꾸며져 있다. 실제 록 가수들이 입었던 옷이나 사용한 악기들이 로비를 비롯해 곳곳에 전시돼 있어서 보는 재미까지 있다.

시티 오브 드림즈에서는 카지노 바로 앞의 브이쿠이룸에서 인어아가씨를 만나고, 버블극장에서 초대형 멀티미디어 쇼인 ‘드래곤스 트레저’를 잊지 말고 챙겨 볼 것. 드래곤스 트레저는 반구형의 스크린이 설치된 극장에서 10분간 펼쳐지는 쇼로, 티켓은 1인당 MOP30(약 4500원)이다.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영상과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볼만하다.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카페 겸 해산물 전문 식당 ‘응아팀 카페’.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맛이 좋아서 식사 때면 손님들로 가득찬다. 대표적인 메뉴는 신선한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으로 어떤 것을 시켜도 맛있으니 걱정은 하지말라. 오징어 튀김, 구운 닭고기 등이 추천메뉴다.
◇여행메모

△가는 길

에어 마카오, 진에어 등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30분 소요. 홍콩을 경유할 수도 있다. 홍콩공항에서 마카오까지 페리로 이동하면
된다. 시내에서의 이동은 택시나 카지노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카지노 셔틀은 무료다. 마카오관광청을 통해 현지 호텔·카지노·포루투칼 레스토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원기구를 쓰려면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하다.

△날씨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라 안개가 자주 끼고 날씨를 종잡을 수 없는 날이 많다. 여름은 매우 덥고 습도가 높은 편. 특히 5~9월에는 가끔 태풍이 올 때도 있어 야외활동이 불편한 경우가 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는 10~12월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봄·가을 같은 날씨다.

△‘마카오’ 지명에 얽힌 이야기

16세기 초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으로 마카오항구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이곳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항구 옆에 있는 사원의 이름을 묻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마꼭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당시에 ‘아마꼭’은 아마 사원이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 이 말을 들은 포르투갈 사람들은 들리는 대로 소리를 따사 이곳을 ‘아마가오’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마카오’가 되었다고 한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과 연결된 계단 아래쪽에 자리한 작은 광장에서 바라본 성 바울 성당. 1920~1930년에 세워진 건물들이 성 바울 성당을 호위하듯 세워져 있다.
1569년 마카오의 첫 주교인 돈 벨키오르 까네이로가 자선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비의 성채’(자애당). 세나도 광장에 있는 건물로 네오클래식 양식의 외관이 유독 눈에 띈다. 지금은 선교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운영중이다.


세나도 광장의 야경. 공식적인 행사나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의 분수대에는 교황자오선이 표시된 큰 지구본이 있다. 교황자오선은 15세기에 교황 알렉산더 6세가 포르투갈과 스테인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자 양국 식민지의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사진=마카오 관광청 제공)
400년이 넘은 큰 규모의 불교사원. 입구로 들어서면 대웅보전이 있는데 지붕의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 중에서 용은 권력을 상징하고 물고기는 자유를 상징한다.(사진= 마카오관광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