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금루 따라 새날을 맞다…'눈꽃성지' 강원 태백

by강경록 기자
2014.01.07 06:02:00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검룡소서 황지연못까지
태백산 장군봉 일출도…유일사휴게소에서 천제단까지

태백산 장군봉에서 천제단으로 향하는 길. 눈 내린 태백산 정산은 능선이건 나무건 사방이 온통 설화로 뒤덮여 있다. 눈꽃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펼쳐진 눈부신 향연에 넋이 나갈 정도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새해의 첫 여행으로 소개할 곳은 강원 태백이다. 태백은 눈꽃 트레킹의 성지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과 함백산 등 고산 준봉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과 이 주목이 군락을 이룬 태백산 천제단, 또 백두대간 마금루를 따라 새날의 아침을 여는 붉은 기운이 용트림하는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태양의 뜨거운 피가 스며들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순백의 눈꽃을 보고 있노라면 힘들게 어둠을 짚어 산을 오른 이의 가슴은 새날의 태양이 안겨준 희망으로 벅차오른다. 또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이 열린 그곳에서 하얀 눈이 수북이 뒤덮인 눈길을 따라 걸으면 갑오년 새날의 다짐이 새록새록 되새겨진다.

태백산 장군봉의 대표적인 풍경인 상고대가 새벽을 뚫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 위로 하얗게 내린 눈은 마치 사슴뿔에 난 털처럼 보드라워 보인다. 눈꽃은 동화 속 설국(雪國)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상고대 붉게 물들인 태양 ‘태백산 장군봉 일출’

새날 여는 해돋이와 눈꽃을 찾아 이른 새벽길을 나섰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 중 가장 빠른 길은 유일사코스(4㎞·왕복 4시간). 길은 유일사매표소에서 시작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고 산을 오를 채비를 마친다. 이미 길을 나선 등산객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꾸물꾸물 산을 오른다.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달군 뒤에야 산을 오른다. 하지만 이내 거친 숨을 내쉬며 내딛는 한발 한발이 힘겹다. 주변을 둘러볼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념무상(無念無想). 지난날의 회한도 새날에 대한 희망도 잠시 잊었다. 떼는 걸음마다 구도자의 그것처럼 성스럽고 또 순결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저 멀리 산 능선을 따라 주변이 어렴풋이 밝아온다.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예사롭지 않은 나무의 형상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태백산의 주목들이다. 붉은 나무란 뜻의 주목은 이름 그대로 줄기와 가지가 붉은색을 띄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유명하다. 겨울철엔 말라 비틀어져 죽은 듯 보이면서도 봄이 오고 때가 되면 다시 물기를 머금고 파란 싹을 낸다.

주목 군락지를 벗어나 장군봉으로 향하자 눈이 그치면서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천제단까지 가는 등산로 양쪽으로 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능선이건 나무건 사방이 온통 설화로 뒤덮여 있다. 양팔에 주렁주렁 눈송이를 안은 나무들이 힘에 겨운 듯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이다. 눈꽃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자연이 준비한 눈부신 향연에 넋이 나갈 정도다. 이 맛에 등산객들이 겨울산행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천제단에 섰다. 백두대간의 능선을 넘어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등산객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대자연이 내뿜는 불덩이가 꿈틀대며 온몸을 휘감는다. 겹겹이 쌓인 발 아래 산들과 정상에 선 이들이 숨을 죽인다. 마치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통로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날이 밝자 천제단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어깨와 어깨를 맞대는 파노라마가 가히 장관이다. 함백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있고, 매봉산을 지나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어 나갔다. 금대봉에서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산줄기를 잇댄 낙동정맥의 능선도 이 지점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유일사코스(4km): 유일사매표소→유일사능선→태백산 장군봉→천제단→반재능선→반재→당골계곡→당골매표소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 눈꽃 트레킹으로 유명한 강원도 태백에 새로운 눈꽃 트레킹 명소인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이 열렸다. 등산객 사이로 우뚝 솟은 나무가 온통 하얗게 눈이 내려 본래 하얀 잎과 열매를 맺는듯 한 모습이 장관이다.
◇눈꽃 트레킹의 새로운 명소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

금대봉, 은대봉, 만항재 등 눈꽃 여행지로 유명한 태백에 눈꽃 트레킹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이 바로 그 길이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잇는 이 길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넘나든다. 총거리는 18㎞. 종주하는 데 8시간 30분이 걸린다. 태백시는 한국관광공사의 컨설팅을 받아 지난해 12월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을 완공했다. 탐방길은 두 개의 코스가 이어진다. 검룡소에서 매봉산을 지나 피재(삼수령)에 이르는 ‘백두대간 코스’(8.5㎞·약 4시간)와 작은피재부터 황지연못에 이르는 구간을 이르는 ‘낙동정맥 코스’(9.5㎞·약 4시간 30분). 봄·가을이라면 한 번에 종주하는 것도 좋으나 겨울에는 백두대간 코스와 낙동정맥 코스를 두 번으로 나눠 걷는 것이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다. 이중 검룡소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검룡소에서 매봉산(해발 1303m)에 오른 후에는 대부분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금대봉 기슭에 숨어 있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검룡소 주차장 옆 언덕에 있는 검룡소 기념물을 지나면 완만한 계곡길이 나온다. 이 길은 수아밭령까지 이어진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비단봉(해발 1281m)에 다다른다. 비단봉에서 매봉산(해발 1303m)까지는 능선(해발 1272m)을 따라간다. 사방으로 시야가 터진 능선길은 완만하다. ‘천의봉’으로도 불리는 매봉산은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다.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매봉산 능선을 따라가면 ‘삼대강 꼭지점’으로 내려선다. 지명에서도 대략 연상되듯 이곳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또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의 원류가 되는 것이다.

길은 다시 낙엽송 군락을 지나 피재까지 이어진다. 한반도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백두대간이 급작스럽게 서쪽으로 방향을 튼 곳이 피재다. 이는 다시 대박등으로 향한다. 1.35㎞ 거리의 능선길은 완만하고 포근하다. 대박등은 ‘힘들다’라는 뜻의 ‘되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고개가 가팔라 오르기 힘든 언덕’이란 뜻이다. 과거 삼척의 도계에서 올라오는 길이 이 언덕을 넘어 태백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대박등에서 창신월드를 거쳐 화약골 삼거리에 이르는 7.2㎞ 구간은 평탄한 임도다. 주변 풍광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휘파람을 불고 간다.

바람부리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황지자유시장을 거쳐 황지연못이다. 주변 산에서 발원한 여러 갈래의 물길이 땅속으로 숨었다가 솟아올라 못을 이룬 것이 황지연못이다. 연못이라 하기에는 너무 맑고, 강이라 하기에는 자그마한 황지는 하루 5000t이 넘는 물을 쏟아낸다. 이 물은 못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구문소를 지나 경상도 내륙을 적시고 부산을 거쳐 남해 바다에서 몸을 푼다. 1300리 낙동강 물길의 시작점이다.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 <백두대간 코스·8.5㎞> 검룡소→검룡소주차장(1.4㎞), 검룡소주차장→검룡소 갈림길(1.4㎞), 검룡소 갈림길→비단봉(600m), 비단봉→매봉산(2.7㎞), 매봉산→작은피재(2.4㎞). <낙동정맥 코스·9.35㎞> 작은피재→대박등(1.35㎞), 대박등→창신월드(1㎞), 창신월드→화약골삼거리(6.2㎞), 화약골삼거리→황지연못(800m)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소의 이름은 물이 솟아 나오는 굴 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 해서 붙여졌다.
◇여행메모

△가는길: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IC를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정선·고한 방향으로 가다가 유일사매표소에 추차하면 된다. 검룡소를 가려면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35번 국도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행이 수시로 운행된다. 청량리역에서는 태백
장군봉으로 가는 유일사 코스와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
산 눈꽃열차를 이용해도 좋다.

△먹을 곳: 초막고갈두(생선찜&두부찜 033-553-7388), 태백닭갈비(닭갈비&복지리 033-553-8119), 태백실비식당(한우 033-553-2700), 구와우순두부(순두부 033-552-7220), 연화반점(짜장면 033-552-8359), 한서방칼국수(닭칼국수 033-554-3300), 정원(코다리순대 033-553-6444), 허생원먹거리(감자수제비 033-552-5788) 등

△잠잘 곳: 시내 중심가에 있는 황지연못을 끼고 주변에 깨끗한 모텔이 많다. 하룻밤 5만원선이면 충분하다. 스키를 즐기거나 가족과 함께라면 함백산 자락의 오투리조트(033-580-7000)를 고르는 게 좋겠다.

△체험거리: ‘태백 365세이프타운’은 안전을 주제로 놀이와 교육을 겸하는 국내 최대의 안전 에듀테인먼트 시설이다. 재난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고,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된 이곳은 장성지구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산불체험관, 설해체험관, 풍수해체험관, 지진체험관, 대테러체험관, 키즈랜드, 대습격 곤충관, 소방문화전시관, 곤돌라승강장), 중앙지구 챌린지월드(트리트랙, 짚라인, 조각공원, 별자리전망대, 숲속공연장), 철암지구 강원도소방학교(종합훈련탑, 농연체험장, 종합훈련관, 소화피난실, 주택화재진화훈련장, 항공기화재진압훈련, 수난구조훈련장) 등으로 구성됐다. ‘안전은 학습이 아니라 체험이다’라는 슬로건처럼 다양한 안전시설과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033-550-3101~5.

강원도 태백의 귀네미마을. 우리나라 3대 고랭지 배추밭 중 한 곳이로 꼽히며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유명해 진곳이다. 주변에 풍력발전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마을에서는 운해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매봉산 정상부 능선을 따라 광활한 채소밭 사이로 커다란 풍력발전기 8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곳으로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풍광과 빨간 풍차 등 볼거리가 많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통 하얀색으로 덮인 채소밭 사이사이로 거대한 하얀 풍차가 천천히 돌고 있는 모습은 낭만적이고도 아주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삼대강 꼭지점 혹은 삼수봉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떨어지는 빗물은 서해의 한강과 남해의 낙동강, 동해의 오십천으로 흘러 삼대강의 원류가 되는 곳이다.
태백산 정상으로 가는 길. 유일사매표소에서 출발해 유일사능선까지 가는 길에 밤새 내린 눈으로 주변의 나무가 하얀 눈꽃으로 뒤덮여 있다.
유일사매표소에서 태백산 장군봉까지 오르는 길. 가느길이 온통 밤새 내린 눈으로 뒤덮여 있다. 나무 위로 하얗게 내린 눈은 마치 사슴뿔에 난 털처럼 보드라워 보인다.
태백산 장군봉의 대표적인 풍경인 상고대가 새벽을 뚫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 위로 하얗게 내린 눈은 마치 사슴뿔에 난 털처럼 보드라워 보인다. 눈꽃은 동화 속 설국(雪國)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태백산은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천제단이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려왔다. 일출 명소로도 알려져 있어 매년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천제단을 가득 메운다. 태백산의 대표 봉우리는 주봉인 장군봉(1567m)과 문수봉(1517m)이다.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하지 않아 등산하기 수월한 산으로 겨울이면 주목에 핀 눈꽃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1300리 낙동강 물길의 시작점인 ‘황지연못’. 주변 산에서 발원한 여러 갈래의 물길이 땅속으로 숨었다가 솟아올라 못을 이뤘다. 하루 5000톤의 물을 쏟아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