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4.01.06 06:5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최근 국회에선 여·야간에 ‘빅딜’이 이뤄졌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와 부자 증세안의 맞교환이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를 투기꾼으로 모는 비정상적인 세금을 없애는 대신,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소득세와 법인세를 더 걷겠다는 거다. 다주택자가 내야 할 세금은 줄지만 고소득자 세금은 더 늘어나게 되니 재정 측면에서 보면 ‘플러스 마이너스’로 제자리다. 여·야 입장에선 서로 ‘윈-윈’한 거래라고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처구니없는 거래다. 결론부터 말하면 (2009년부터 제도 적용이 한시적으로 미뤄진)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아예 없애주는 대신 월급쟁이 지갑에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게 이 거래의 본질이다.
양도세 중과 제도는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이 집을 팔 때 얻는 시세차익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징벌적 과세다. 부동산 활황기에 투기를 잡겠다고 도입했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폐기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제법 납득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절반만 맞는다. 2004년 이 제도를 도입한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 방지 외에 ‘임대소득 환수’에도 관심을 뒀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파악해 과세하기 힘든 만큼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해 불로소득을 일부라도 회수하겠다는 거다.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또한 늘어나긴 한다. 종합소득세 과세 기준에 부동산 임대소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적용대상은 극소수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다주택자는 전국 136만5000명에 달하지만, 임대사업자는 4만5226명(3.3%), 임대사업용 주택은 27만4708채 뿐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다주택자 보유 주택은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가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이번 여·야간 거래로 전체 근로소득자 1550만명 중 최고 소득세율 적용 대상의 비중은 작년 0.26%(약 4만명)에서 0.85%(약 13만명)로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세수파악이 힘든 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하는 대신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겨냥한 이번 거래는 그래서 졸속이다. 월급봉투가 남보다 두툼하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할 처지에 몰린 9만여명은 억울할 뿐이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형평성을 지킬 보완책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