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팔에 이식된 뼈는 국산입니까?

by장종원 기자
2013.08.26 07:00:00

인체조직 기증 저조..희망자 장기기증의 1/7 수준
수입 인체조직이 76% 차지..WHO ‘자급자족’ 권고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군은 왼쪽 다리의 극심한 통증과 붓기로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골육종(뼈암)이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암세포가 퍼진 왼쪽 허벅다리의 뼈를 절단하고, 다른 사람이 기증한 뼈를 깎아 이식해야 했다.

12살 이모군은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다. 기증받은 피부를 이식받아 사고 8개월만에 왼손으로 가볍게 주먹을 쥘 수 있게 됐다. 그는 키가 자랄 때마다 다시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피부나, 뼈, 혈관 등 인체조직의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인제조직은 화상, 스포츠손상, 굴육종, 골수염 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무관심으로 환자들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25일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시행된 27만1707개 인체조직이식 가운데, 국내 조직은 6만4401개로 24%에 그쳤다.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한 조직이 20만7306개로 76%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조직을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입 인체조직의 경우 인체조직의 적합성, 환자의 경제적 부담, 품질 저하,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체조직 공급은 사후 기증을 통해 이뤄지는데 시신훼손에 따른 거부감, 홍보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기증문화가 좀처럼 확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백만명당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3명으로 미국의 1/4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133명, 스페인은 58.5명, 호주는 19.5명에 이른다. 장기기증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 희망등록자 수는 6월말 현재 13만5254명으로 장기기증 희망자 92만2471명의 7분의 1 수준이다. 실제 인체조직을 기증한 사람수도 895명으로 장기기증(3909명)의 4분의 1에 그쳤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관계자는 “장기기증에 비해 인체조직 기증은 관심도와 인식이 아직까지 낮은게 현실”면서 “수입 인체조직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 환자와의 적합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증 문화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의료인을 중심으로 인체조직기증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임원 20여명이 국내 의료인 단체 최초로 인체조직 기증을 결정했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한 사람의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명 이상에게 사랑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면서 “의사는 인체조직을 활용하는 입장으로서 더욱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