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동아리] 대우건설 ‘나도 용접전문가’

by박종오 기자
2013.07.08 06:35: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대우건설 임직원 중 8명에게 용접은 실전이다. 이들 매달 두 차례씩 모여 책을 펴든다. 플랜트 설계 등 작업의 최전선 관리직을 맡은 이들의 꿈은 용접전문가이다. 동아리 이름도 ‘나도 용접전문가’로 정했다.

▲‘나도 용접전문가’ 회원들이 사내 회의실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야구, 등산, 사진 등을 두고 용접이라니 낯설기 그지없다. 이들이 용접을 배우는 동아리를 꾸리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1년 말 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 학습을 돕기 위해 ‘학습조직’이란 제도를 만들었다. 마음에 맞는 동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면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 주겠다는 취지다. ‘나도 용접전문가’는 당시 ‘건축구조 뽀개기’, ‘지(반 문제를) 정(리해주는) 남(자)’ 등과 함께 신설된 동아리다.

모임의 주춧돌 역할을 한 건 윤경근 차장(플랜트지원팀)이다. 동아리를 세운 주역이자 현 운영자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용접 전문가다. 대우건설 공채 231기인 그는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여러가지 직함을 갖고 있다. 윤 차장은 용접기술사, 용접 검사원(CWI) 자격을 가진 대한용접학회 연구위원이자 책 ‘용접기술사’를 쓴 저자다.

“1994년 월성원전 3·4호기 시공현장에서 일하게 되며 용접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원자력은 절대로 누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용접 관리가 굉장히 엄격했거든요. 곡절이 많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실무와 자료 수집을 통해 용접을 독학했습니다. 이 모임을 만든 것도 플랜트 공정에서 용접이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데 깊이 들어가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에요. 사각지대로 방치된 기술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나누자는 것이죠.” 윤 차장이 말하는 ‘나도 용접전문가’ 신설의 뒷이야기이다.



어느덧 설립 3년차를 맞은 모임은 지금 두번째 교재를 순항 중이다. 매달 첫째·셋째주 화요일 오전 11시30분, 여덟 남자는 사내 회의실에 모여 한 시간 동안 준비해온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남보다 늦은 식사를 보상해주는 건 더디지만 조금씩 가시화되는 성과와 목표다. ‘나도 용접전문가’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용접실무자 양성과정이라는 사내 인재원의 교육을 맡게 됐고 지난 3월에는 우수 조직으로 선정돼 소액이나마 회사의 지원비를 따내는 영광을 누렸다. 회원들의 현 목표는 단순 지식 획득을 넘어 미국 용접학회가 공인하는 용접 검사원(CWI) 자격증을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이다.

한 광고 문구처럼 ‘단언컨대 메탈이 가장 완벽한 물질’이라면, 그 완벽함을 완성하는 가장 필수적인 기술이 바로 용접이다. 서로 다른 두 금속을 이어붙여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용접전문가’ 회원들이 배우는 건 이런 이음의 기술이지만 사람 사이 이음은 생각보다 녹록잖다. 애초 13명으로 시작된 동아리는 해외 파견 등으로 어느새 회원이 8명으로 줄어들었다. 새 동료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뒀다는 이 동아리의 희망사항은 이렇다.

“용접을 단순 3D업종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기계, 금속, 전기 분야를 두루 알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현장에서 전공의 한계로 책임을 서로 미루는 부분들이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용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함께 해온 멤버들이라 친근하지만 여기에 여자 구성원이 새로 추가된다면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지지 않을까요.” 윤 차장과 동아리 막내 격인 김재성 사원(플랜트 배관설계팀)이 말하는 소박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