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효석 기자
2013.05.08 06:00:00
자국민 조차 중국 먹거리 안믿어
[상하이=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 돼지고기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재료다. 오죽하면 돼지고기 가격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폭이 좌지우지 될 정도다. 또한 닭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도 많이 소비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육류가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상하이 젖줄인 황푸강에 죽은 돼지 1만6000여 마리가 떠내려 온 일이 불과 한 달여 전이며 당시 상당수 죽은 돼지가 시중에 유통됐다는 한 축산업자의 내부 고발이 있었다. 최근에는 푸젠성 장저우시에서 폐사 돼지고기를 후난성, 광둥성 등 인근에 판매한 일당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장저우시 정부로부터 감염 위험성이 높은 가성광견병 바이러스와 돼지청이병 등으로 죽은 돼지 사체를 처리하는 업무를 위탁 받은 뒤 이를 인근 지역 육류 유통업자들에게 싼 값에 팔았다. 이들이 지난 3개월 간 유통시킨 돼지고기만 40여 톤이 넘는다.
닭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기 먹기가 겁날 정도다. 물론 70℃ 이상 고온에서 익혀 먹으면 AI 바이러스가 소멸된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저하긴 마찬가지다. 닭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KFC는 중국에서 지난 3월 매출이 16%나 급감했다. 닭고기를 주메뉴로 쓰는 한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 식당도 손님이 50% 줄었다고 한다.
신종 AI도 모자라 이번에는 소 구제역도 발생했다. 중국 농업부는 시짱자치구 라싸 인근 한 농가에서 소 구제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지금까지 145마리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구제역이 주변 지역 확산되지 않도록 격리차단을 하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 사이에 전파되는 치사율이 높은 급성 전염병이다. 이 전염병은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고 전염 범위가 최대 반경 25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구제역을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떨어진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도 소비자들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급기야 쥐를 비롯해 여우, 족제비 고기에 각종 첨가물을 섞어 양고기로 속여 판 사례까지 등장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찰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1000여만 위안(약 18억 원) 어치의 가짜 양고기를 유통시킨 혐의로 63명을 체포하고 가공공장 등 50여 곳을 단속했다. 이들은 쥐나 여우 고기에 공업용 젤라틴 등을 섞어 만든 불량 양고기를 상하이 등 일부 도시 식품시장에 유통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에서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유명 훠궈 식당에서도 불량 양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같은 사례가 중국 전체 이미지를 대변할 수는 없다. 또 중국내 수 많은 먹거리를 감안하면 일부에 국한할 수 도 있다. 다만 중국 사법당국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유해 식품 생산·판매사범을 적발해 처벌한 사례만 1533건, 2088명에 달한다. 적발하지 못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하나 둘 사례가 쌓이다 보면 이는 분명 국가 이미지를 먹칠하게 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 조차 중국의 식품안전 불감증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중국 엄마들이 수입산 분유를 사 먹은 일은 이미 오래 된 이야기이며 최근에는 호주산 쇠고기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도 팔을 걷고 나섰다. ‘중국산은 믿을 수 없다’는 저급 이미지를 벗고자 식품안전 위해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높였다. 중국 최고 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은 최근 버린 식용유를 정제해 만든 ‘하수구 식용유’ 문제가 연이어 논란이 되자 강화된 처벌 지침을 발표하고 최대 사형까지 구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된 식품범죄가 얼마나 고쳐질 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