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땅에 집짓고 임대사업..모듈형 주택 ‘블루오션’

by김동욱 기자
2012.04.30 06:00:0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임대사업에 관심이 많은 김 모 씨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땅을 10년 동안 빌리기로 하고 토지 소유주와 임대계약을 마쳤다. 김 씨가 땅만 빌린 이유는 콘크리트 집과 달리 이동이 가능한 모듈형 주택으로 짓기 위해서다. 모듈형 주택은 레고 블록처럼 조립식이어서 땅만 확보되면 집을 옮길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김 씨의 사례가 일반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모듈형 주택의 장점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내놓은 ‘공업화 건축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1000억원대 머물러 있는 모듈형 주택 건축시장 규모는 2020년 최소 9400억원에서 최대 3조4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습 (사진=영국 Yorkon)


국내에 모듈형 주택이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국토해양부가 분당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PC주택을 도입한 것이 모듈형 주택의 시초다. 현재까지 모듈형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은 없었으나 최근 들어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점점 커지는 추세다.

특히 포스코 A&C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천안에 모듈형 주택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장은 하루 8개, 연간 최대 4200개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모듈을 이용해 학교, 기숙사, 오피스 등 다양한 건물을 짓는다. 

A&C는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소형주택 시장에 적극 진출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이동식 모듈형 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남기석 포스코 A&C 상무는 “모듈형 주택은 시공기간이 빠르고 이동이 가능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이 좀 더 진행되면 12층 이하의 고층 아파트도 모듈형 공법으로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듈형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의 주요 구조 중 90%가량을 제작해 모듈로 생산, 현장으로 운반해 바로 조립하는 방식의 주택이다. (사진=영국 Yorkon)


정부도 모듈형 주택 건설 활성화에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어 모듈형 주택의 시장 전망은 밝다. 정부는 지난 4일 내놓은 모듈형 주택 건설 활성화 방안을 통해 관련 규제를 대폭 손질했다.

정부는 모듈형 주택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공기간이 보통 건물을 지을 때보다 절반가량 짧다. 또 유닛 모듈의 90%까지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포스코 A&C가 내놓은 모듈러 주택도 두 달이면 완성할 수 있고, 원할 경우에는 조립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모듈형 주택을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재개발 지역의 이주자용 주택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서울 강남 보금자리 시범지구에 들어설 도시형 생활주택도 모듈형으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모듈형 주택은 장점이 많다. 주택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약요인들을 찾아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모듈형 주택이 상용화되기까지에는 여전히 걸림돌도 많다.

현재 국내 모듈형 업체는 포스코 A&C와 스타코 두 곳밖에 없다. 경쟁체제에 따른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경쟁 체제를 통한 외형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듈형 공법으로 단독주택을 짓기는 더 어렵다. 현재 국내에 모듈형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일본업체밖에 없어 상당한 비용이 든다. 건축비만 대략 3.3㎡당 800만~1000만원가량 들어간다. 비싼 건축비 탓에 아직 국내에는 10여채 정도 보급된 게 전부다.

박상우 실장은 “단가를 어떻게 낮춰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주택을 보급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준범 이에스하임 대표는 “현재는 일본에서 모든 모듈을 수입해 와 시공하기 때문에 건축비 외 운반비용이 크다”며 “앞으로 국내 자재 공장이 생기면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마감재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영국 York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