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빚 부담 “가계도 정부도 위험하다”
by김일문 기자
2012.04.23 06:15:00
가계, 빚 때문에 소비 위축 현실화 근접
정부, 20년 뒤엔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3일자 3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일문 신상건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 빚의 수준이 국민의 소비패턴에 변화를 가져오는 수준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정부 부채도 오는 2030년쯤에는 국내총생산(GDP)을 넘을 것으로 추정해, 가계와 정부 모두 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채 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 부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해 6월 부채 경제학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부채 문제를 살펴보라는 지시에서 출발해 만든 최초의 결과물이다.
보고서를 보면 가계 빚 수준(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빚 순환변동치)은 임계치인 1.31에 근접한 1.18(2011년 2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여기서 임계치는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패턴에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인데, 지난해 2분기부터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이자상환비율은 지난해 4분기 현재 2.83%를 기록해 임계치인 2.51%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자상환비율은 개인의 가처분 소득 가운데 이자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수치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은 이자 지급 탓에 소비 위축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자상환비율은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임계치를 웃돌고 있다.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나면 ‘빚 부담 가중→내수 위축→소득 축소→빚 부담 증가’의 악순환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박양수 거시모형팀 부장은 “가계 빚으로 인한 위기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가계 빚 문제를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차원의 과제로 설정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앞으로 20년 뒤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늘어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잠재 채무가 현실화되고 금융성 채무가 증가하면 오는 2030년에는 정부부채비율이 10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부채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계치(정부부채비율)는 선진국 90%, 개발도상국은 40%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2030년엔 나랏빚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정부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우리나라 국채의 위험도도 높아져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정부부채비율이 40~60%포인트 더 늘어, 140~160%가 되면 우리 정부는 이자조차 낼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은 상황에 부닥치고, 사실상 제2의 IMF 사태를 맞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한은은 이 같은 가정이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기초재정수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030년까지 정부부채비율(40~60%)을 설정하면 앞으로 20년 동안 기초재정수지를 6.2%까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