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小野大 어려워지나? 야권연대 붕괴 위기
by김성곤 기자
2012.03.23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3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성곤·나원식 기자] 4·11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관악 을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작 의혹이 신속한 사태 수습보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야권연대 붕괴가 사실상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야권연대를 둘러싼 돌발 악재는 20일 터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보좌관이 서울 관악 을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나이를 속여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정희 대표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경선을 요구했지만 민주통합당과 김희철 후보는 강력 반발했다. 특히 김 후보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은 “합의 정신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2일 “야권연대 파트너인 수장을 매장하려 한다면 민주당은 누구의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보수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새누리당 의원의 도덕성과 다를 바 없다”고 맹비난했다.
갈등은 확산됐다. 여권연대 경선에 패한 민주당 일부 후보들은 “통합진보당과 여론조사 기관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최악의 부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이 경기도 안산 단원 을 야권연대 경선에서 패한 백혜련 후보를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공천하자 통합진보당은 “경선 불복 행위”라고 반발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야권연대는 19대 총선 최대 변수로 꼽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임기 5년차에 총선이 실시되면서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가 성사되면 여소야대의 정국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양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내용의 공동정책합의문에 서명하며 극적으로 연대를 타결시켰다.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실패는 야권연대의 감동에 묻혔고 수도권 격전지 여론조사에서 연대의 위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압승의 영광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넘쳐났다. 민주통합당의 원내 1당은 확실하고 연대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민주당의 원내 1당은 쉽지 않고 통합진보당 역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희망사항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대두됐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22일 “민주당 출범 당시 제1당이 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야권연대를 둘러싼 잡음이 해소되지 않으면 총선에서 양당 지지자의 화학적 결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2010년 경기지사 선거와 지난해 4·27 김해 을 보궐선거 패배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이정희 대표는 18대 국회 의정 활동으로 진보 진영의 차세대 에이스로 부상했다. 40대 초반의 여성대표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 진보 정당의 대중성을 높였다. 이해찬 전 총리는 “가장 주목할 만한 의원”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여론조작 파문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사퇴는 굉장히 쉬운 선택”이라며 출마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22일 광주 지원 유세에 이어 23일 공식 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