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승부처 (2)서울 동대문 을 홍준표 대 민병두

by박원익 기자
2012.03.19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9일자 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안개가 깔린 18일 새벽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지하철 장한평역 근처에 형형색색 등산복의 등산객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등산객들은 인근 근린 공원까지 주차된 수십대의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4·11 총선 서울 동대문 을에 출사표를 던진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는 숫자 2가 쓰여진 노란색 점퍼 차림으로 등산객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버스 20대를 돌았어요. 동대문구 주민은 생활체육으로 등산을 좋아합니다. 서울시립대 근처에서 출발하는 등산객을 만나고 곧장 이쪽으로 왔죠.”

▲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가 18일 지역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낙선 인사를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지역구을 샅샅이 훑었다는 말이 괜한 표현이 아니었다. 민 후보는 매주 일요일이면 오전 6시30분 산악회를 시작으로 오후 1시까지 조기축구 모임, 교회 등을 돌았다.

그는 해장국으로 10분만에 끼니를 해결한 뒤 곧바로 지하철 용답역 인근 체육공원으로 향했다. 새남터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성당 신도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속속 모여드는 200여명의 신도와 악수를 나누며 “찬미 예수님”이라고 인사했다. 발로 뛰며 친근하게 지역주민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민 후보가 잡아둔 일정은 이날만 어림잡아 16개. 월요일도 국악교실, 탁구교실, 노래교실 등 방문일정이 그야말로 빽빽하다. 민 후보 캠프는 ‘밑바닥 훑기’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역주민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매주 조기 축구 모임을 한다는 정성태(57)씨는 “매주 오는데 좋은 분 같다”며 “스스로를 낮추고 (주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동대문 을 지역구에서 민 후보와 맞붙은 4선 관록의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바닥 민심 훑기도 좋지만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아침 일찍 등산객을 만나고 오전 11시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 이외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부인 이순삼씨가 체육공원에서 명함을 돌렸지만 바닥 민심을 훑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선거 전략 역시 ‘발로 뛰는 선거’보다 ‘지역발전 적임자’에 맞추고 있다. 동대문 지역구는 과거 이승만 대통령, 장준하 선생이 출마했던 곳으로 지역주민이 큰 인물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역주민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홍 후보가 방문한 태평교회에서는 교인들의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선거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한지 채 1주일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인지도다. 홍 후보 캠프에 따르면 홍 후보의 인지도는 95%로, 민 후보의 45%에 비해 두배다.

▲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18일 지역구인 장안1동에 위치한 교회에 들러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여론조사 역시 홍 대표가 다소 우세하다. 지난 11일 국민일보 조사에서 홍 후보는 민 후보에게 3.8%포인트 뒤졌으나, 12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조사에서 각각 6.5%, 2.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라 안심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2.3%포인트 앞섰지만 오차 범위에 속해 실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