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요? No! No! No!

by조선일보 기자
2007.06.02 11:36:24

''경영이론 검증가'' 제프리 페퍼 美 스탠퍼드대 교수 단독 인터뷰
''후추''처럼 매운 페퍼교수의 충고

[조선일보 제공]




  •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 '하위 10% 직원을 내보내라.'

    '항상 점검하고, 체크하라.'

    '세계는 인재전쟁,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라.'

    '매섭고 강인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승리한다.'

    오늘 많은 경영자들이 신봉하는 이런 비즈니스 상식들은 그의 검증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힌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세계 경영학계에서 그의 이름은 넘기 힘든 무게와 높이를 지닌다. 조직행동·리더십·인사관리 등 경영학 핵심영역의 세계 최고 대가로 '휴먼이퀘이션(Human Equation)'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The Knowing-Doing Gap)' '숨겨진 힘(Hidden Value)' '사실(Hard Facts)' 등 11권의 책을 썼고, 주요 국제학술지에 1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상식으로 간주되는 전통의 경영이론에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검증의 칼을 들이댄다. 기계처럼 인간을 다루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방식이 집중적으로 그의 심판을 받아왔다. '해고(lay off)'와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영관행에 그는 “대체 어떤 근거로 그걸 믿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페퍼 교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들여다보면 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으며, 기업의 규모는 늘 과장되게 평가돼 있다”고 단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도요타자동차, 커머스은행(Commerce Bank) 등은 모두 시장에 맨 처음 진입한 기업도 아니고 가장 덩치가 큰 회사도 아니지만 최고의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퍼 교수는 오는 6월14일 한국왓슨와이어트 리더십센터 초청으로 방한(訪韓)할 예정이다. 방한을 앞두고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리틀필드’ 건물의 회의실에서 위클리비즈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의 상징인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에 대해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어떤 체계적인 문서로 표현된 리서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잭 웰치의 GE는 혁신(innovation)과는 거리가 멀며,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를 사들여 큰 회사”라며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던 사례도 들었다. 그가 쏟아내는 잭 웰치에 대한 비난이 다소 부담스러워 ‘그래도 잭 웰치는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페퍼 교수는 “잭 웰치가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nce)도 없다”며 “그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잘랐다.

    그는 전 세계의 경영자들이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lousy reasoning)”라고 일축했다. 그는 “잭 웰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는데, 그렇다고 여러분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의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의 원로교수 중 하나인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그의 도전은 불편하지만(uncomfortable), 악의적(mean)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비즈니스의 관행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했다. 가령,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몰입(commitment)하도록 유도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고용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을 해치는 대신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을 일삼고, 이게 오히려 기업 경쟁력 회복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장기적으로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처방을 남발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페퍼 교수는 이제는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고, 시장에 맨 먼저 진입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기업의 추격을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고 결정한 첫 번째 기업이 아니며, ‘화이자(Pfizer)’의 대박상품인 ‘스탭(stab·분무형 인슐린 약)’ 역시 먼저 개발한 회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reinvention)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이를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페퍼 교수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인터뷰를 예로 소개했다.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과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사양산업인 남성용 의류산업에서 인력개발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둔 멘즈웨어하우스(Men’s Warehouse), 소프트웨어업계의 관행인 스톡옵션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 에스에이에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그는 이들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열쇠를 ‘인간중심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이라고 정의한다. 살맛 나는 직장,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게 비결이라는 얘기다. 페퍼 교수는 “10년 동안 사두면 돈이 되는 주식을 찾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포천(Fortune) 선정 ‘일하고 싶은 100대기업’을 골라서, 앞부분의 리스트에 오른 기업을 사두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이 대목에서 경영학의 대가는 더욱 단호해졌다. “재무제표요? 볼 필요도 없죠.”

    ‘경영이론의 영원한 검증자’ 페퍼교수가 풀어내는 ‘인간냄새 나는 경영의 세계’로 안내한다.










  • 페퍼 교수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민감한 답변이 나와 재차 확인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틀림없다(absolutely)”고 못박았다. 페퍼 교수는 특히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심한 표현도 있어, 그 부분은 부득이 완화했다.



    ―한국기업들의 현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상품개발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중심 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 전략이 도움이 되는 건가요.

    “기술개발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술개발은 사람들의 마인드셋(mindset)에서 나오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2년 전 산업자원부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글로벌기업들이 역외생산(offshore)과 연구개발(R&D) 입지를 선정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금이나 리베이트, 금융지원 등을 보고 입지를 선정하지 않습니다. 사람(people)을 보고 결정하죠.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는 낮은 노동비용과 생활비 등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가장 좋은 교육기관들을 갖고 있고,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이민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재가 핵심이라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경제의 비밀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지요. 상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선진경제로 진입해 있습니다. 저임금으로 방글라데시 같은 곳과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혁신과 제품서비스의 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창조적인 잠재력(creative potential)을 최대한 끌어내라는 것이군요.

    “그렇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구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이되 실패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이되 예산을 맞춰라’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해라’…. 기업의 경영진은 관행적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에 제약을 가하죠.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는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입니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관행들을 삼가야 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CEO들을 많이 만나고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런 CEO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까.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 성공한 CEO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최우선 순위를 기업문화를 세우는 데 둡니다. 기업문화를 제대로 세우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거죠. HP 전성기의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이런 경우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몇 년 전 점심을 한 적이 있죠. 그때 래리 페이지는 회사가 성장할 때 가졌던 마치 대학교 같은 문화를 상장 후에도 유지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애기했어요.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얘기하는 ‘건설적 마찰(constructive confrontation)’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얘기하고, 다른 견해를 듣는 것이죠.”

    ―혁신적인(innovative) 문화 같은 무형의 자산이 놀라운 기술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기술은 오고 가는 겁니다. 기술적 우위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책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결정한 첫번째 기업이 아니고, 화이자는 스탭(stab·분무형 당뇨병 치료제)을 시장에 첫번째로 들고 나온 기업이 아닙니다. 시장에 첫번째로 나올 필요가 없는 거죠.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단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일상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인간자본(human capital)과 이걸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있습니다.”





  • ―교수님은 여러 책을 통해 인간중시 경영에 성공한 여러 CEO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SAS의 짐 굿나이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켈러허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CEO들은 잭 웰치와 같은 리더, 교수님의 표현대로 하면 과장된 카리스마 타입의 리더와 어떻게 다른가요.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라키시 쿠라나(Rakesh Khurana)가 쓴 ‘기업 구세주를 찾아서(Searching for a corporate savior)’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나대거나(high profile),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포천 매거진 커버에 사진이 나오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등장한 뒤 좋지 못한 일이 생기는 걸 두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저주(curse)’라고 합니다. ‘포천 매거진 저주’도 있을 수 있어요.”

    ―아무튼 좋은 리더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떤 게 있나요. 리더십 스타일이든 개인 성격이든….

    “좋은 리더들은 두세 가지 간단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갖춘 사람들이 매우 드뭅니다. 첫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닌가요. CEO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어려운 건가요.

    “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CEO는 속입니다(spin).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매우 잘하고 있다’거나 ‘우리는 감원(lay off)을 하지 않을 거다’는 식으로 말하죠.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직원들의 50~60%, 어떤 경우에는 3분의 2가 고위경영진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경영진은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을 늘 속인다고 답하죠.”

    ―그런데 좋은 리더들은 진실을 말한다는 거군요.

    “그렇죠. 좋은 리더의 두번째 특징은 자기가 모를 때 꾸미지(make it up) 않는다는 거죠. 그걸 인정하는 거죠. 모르면 일어나서 당당하게 ‘모른다’ 혹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세번째 특징은 뭔가요.

    “매우 사람 중심(people-centered)의 핵심 가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거죠.”

    ―정직하다는 것이 듣기에는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정직한 게 필요합니다. 정직하지 못하다면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CEO들이 정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에 따라서 거짓을 말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의 CEO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런 압력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권력의 위계가 분명한(power distance)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논문과 책을 통해 리더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하셨지만, 중간관리자나 추종자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으셨는데요.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말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직원들을 포함시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교수님은 리더십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도전한 첫째 학자였죠. 지금도 리더십이 (기업의 성과에) 별 큰 차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1977년에 쓴 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

    “(그가 쓴 논문을 상기시키자, 손을 내저으며) 압니다, 기억합니다. 나쁜 리더십은 기업에 엄청난 해악을 끼칩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혼자서 기업을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반면 나쁜 리더는 많은 사람과 유능한 인재를 기업에서 쫓아냅니다. 좋은 인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면 성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나쁜 리더는 이런식으로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되는 거죠.”

    ―써튼 교수가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에서 말한 ‘또라이(asshole)’라는 얘기죠.

    “그렇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유능한 CEO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무엇보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CEO들의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해요. 이런 경향은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시작됐습니다. 평균 재임기간이 5~6년에 불과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영입해야 하죠? 도요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최근 미국 트럭회사에 영입된 고위간부를 만나서 ‘도요타에서 뭘 배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영리하지(smart) 못해요. 그게 성공의 비밀이죠’라고 말하더군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평범한(ordinary) 사람들이 비범한(extraord inary)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반면 다른 많은 기업에서는 비범한 사람들이 아무 결과도 못 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관행입니다. 능력있는 개인과 영웅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한국기업들이 잠재적 창조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좀 주시죠.



    “의사결정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합니다. 중앙에 권한이 덜 집중되어야 하는 거죠. 창조성을 관리(manage)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조성은 대부분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것이에요. 재능있고 똑똑하고 잘 교육된 사람들을 뽑아, 그들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글의 예를 들어보죠. 구글은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할지를 놓고 투표를 합니다. 내부시장(internal market)을 형성하는 거죠. 또 구글과 코닥은 종업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줍니다. 공식적인 회사 일 이외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자유방임적인 리더십이 지시를 내리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십보다 낫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이나 괜찮다는 자유방임은 아닙니다. 만약 핵심가치를 위반하거나 고객과 동료직원에 대해 적절치 못한 태도를 보인다면, 해고돼야 합니다. 하지만 조직 내 사람들의 재능과 지식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데는 매우 개방되어야 하는 거죠.”



    ―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논쟁을 벌이셨죠. 당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동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신가요.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

    ―그럼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시간낭비라는 얘긴가요.

    “아뇨.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돈을 지불하면서 즐기려는 수요가 있으니까요. 다만 MIT의 다이내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빨리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하고 배우는 게 훨씬 성과가 좋습니다.”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정부가 내놓은 미래 비전에 대해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근거가 약하다고…. 정부가 미래 비전을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겁니까.

    “비전을 세우는 것은 좋은 거죠. 미래예측(forecasting)과는 다른 겁니다.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며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겁니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국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투자해야 하고, 노동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효과적인 것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시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미시적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는 어떤 곳이 있는가요.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구글…. 포천지의 일하고 싶은 회사 100개를 보면 됩니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의 성과보다 훨씬 좋습니다.”

    ―사람 중심의 전략을 믿고 계신 것 같네요.

    “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볼 뿐입니다. 웹사이트에 가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가운데 첫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10년간 들고 계세요. 다른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을 겁니다.”

    ―그럼 심지어 재무보고서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CEO를 위해서 조언해 주신다면.

    “상식을 사용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드물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관찰(observation)에 근거하라는 겁니다. 어느 책에서 봤다고, 혹은 GE가 했다고 따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실과 증거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교수님이 말하는 인간중심 전략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행을 도입해야 하나요.

    “직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투자하세요. 그들이 훈련에서 배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필요합니까.

    “이론훈련(class training)과 현장훈련(on the job training)이 모두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skill)을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거죠.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주고, 연주하게 하는 겁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관찰해 보세요. 경기가 안 좋을 때 맨처음 하는 일이 훈련비용을 줄이는 거죠. 또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간단한데, 왜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겁니까.

    “영문 3글자로 말하면 ‘자아(ego)’ 때문입니다. CEO의 자아 때문입니다. ‘CEO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CEO의 결정은 거기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보다 뛰어나다’….”

    ―이런 강한 자아의 문제가 중간관리자에게도 있는가요.

    “물론입니다. 조직의 위부터 아래까지 다 해당됩니다. 이런 문제가 없는 기업이 성공합니다.”













  • 페퍼 교수는 잭 웰치 GE 전(前) 회장(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참지 못했다. 그를 영웅시하는 비즈니스계의 관행과 미디어의 태도, 그를 모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세계 경영학계의 거목이 비즈니스계의 영웅 취급을 받는 CEO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잭 웰치에 대한 페퍼 교수의 공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GE의 잭 웰치는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중의 한 명으로 꼽히죠. 직원을 A, B, C로 나눠 하위등급 직원을 탈락시키는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을 포함해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잭 웰치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웃음) 잭 웰치가 그렇게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 nce)도 없습니다.”

    (페퍼 교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어떤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리서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부분을 지적했더니 잭 웰치는 ‘이것은 정확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학습에 관한 모든 교육연구 자료를 들여다보면, 강제배분평가방식은 사람들을 배우게 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최악의 방법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잭 웰치 추종자들이 실망하겠는데요.

    “추종자(follower)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웃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보면 GE가 과장됐다는 게 나와요. GE가 그렇게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다른 증거를 대 보죠.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습니다. GE가 혁신(innovation)한 게 어떤 게 있나요? GE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회사(buying company)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담겨 있는 논리는 잘못됐지만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 이런 식이죠. 잭 웰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나중에 둘은 결혼했죠. 하지만 여러분이 그렇게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가 했던 것을 모방하려는 아이디어는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성격과 관련해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단호하게) 아닙니다(no). 그를 직접 본 적이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그는 키가 작고, 남자답지 못하죠.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냥 언론플레이에 능한 좋은 대리인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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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일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제프리 페퍼 교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역할모델(role model)이자 우상이다. 그의 이력서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논문·저서 등 왕성한 저술활동이 이력서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다양한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명확하고 냉철한 판단이나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고 통찰력있는 이해 등 경영학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정설(定說)처럼 받아들여지던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 학계 전체의 흐름을 숱하게 바꾸어놓았다. 경영학계 ‘최후의 심판자’이자 ‘등대’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예컨대 1970년대 경영학계는 CEO(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대체로 CEO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류였다. 하지만 페퍼교수는 1977년 ‘리더십의 모호성’(The ambiguity of leadership)이란 논문에서 “리더십의 개념이 일관성없이 부정확하게 사용된다”면서 기존 연구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조직이 리더를 선발하는데 리더십 역량과는 전혀 무관한 기준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이후 경영학계에는 리더십과 조직 성과 연구에 대한 재점검 바람이 불었다.

    페퍼 교수는 1990년대 들어 또 한번 경영학계와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당시는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신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었다. 기업과 경영학계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데 몰두한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에게 투입되는 자원은 투자라는 관점보다는 비용이란 시각에서 다뤄졌다. 페퍼 교수는 1994년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 tage through People)란 책에서 “기업이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조직내의 사람이며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 만이 존속가능한 경쟁우위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 책에서 “1972년부터 1992년까지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 5곳을 뽑는다면 가장 정확한 기준은 기술·특허수·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이 아니라, 조직내 직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이를 경쟁우위로 삼았던 기업이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기술이나 전략 등의 경쟁우위는 산업구조나 기술 등 경영여건이 바뀔 경우 중요성이 감소하지만,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는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페퍼 교수의 경영철학은 그후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 ‘숨겨진 힘(Hidden Value)’ 등의 책을 통해 일관성있게 유지됐다. SAS의 굿나이트 회장,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 등 월드클래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CEO들이 페퍼 교수의 경영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인재경영’에 발벗고 나섰다.

    페퍼 교수는 최근 삼성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대가(大家)다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영을 내세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핵심인재를 개발하고 이들의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페퍼 교수는 “핵심인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창조적 본능을 극대화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고 설파한다. 창조경영을 위해 CEO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페퍼 교수는 ‘정직함’을 꼽고 있다.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유지하는 ‘가차없는 정직성’(brutal hones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