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인플레`와 제2 라운드

by안근모 기자
2006.05.21 13:00:00

(주간전망)PCE와 주택경기, 그리고 버냉키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지난 주말 가까스로 급락장에서 벗어난 뉴욕증시는 이번주에도 만만치 않은 경제지표 숲을 헤쳐 나가야 한다. 가파른 가격조정으로 저가 메리트가 생겼지만, 긴축 우려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기업실적 발표까지 일단락 됐기 때문에 경제지표의 시장 영향력이 여느때보다 커져 있다.

이번주에도 물가관련 지표가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주택시장 경기와 소비자들의 심리동향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포인트다.

추가 긴축 여부를 놓고 논란과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벤 버냉키 연준의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기회도 제공된다.

급락세를 타고 있는 원자재 시장의 전개 양상이 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반등에도 불구, 한 주동안 다우지수가 2.1%, 나스닥은 2.2%, S&P500은 1.9% 하락했다.


시장의 고민은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나빠지고, 이 와중에 긴축까지 계속된다`로 요약된다. 골디락스와는 전혀 다른 길로 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와중에 이번주에도 물가와 경기에 관한 무게 있는 지표들이 줄을 지어 있다.

목요일인 25일 개장전에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 집계치가 나온다. 예비 집계 당시 4.8%로 추계됐던 성장률은 5.8%로 대폭 상향수정될 것으로 예상(마켓워치 집계)됐다. 무엇보다 물가 관련 지표들이 어떻게 수정 집계됐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측정지표중 하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4월치가 금요일 개장전에 발표된다. 전날 GDP 통계에서 수정된 1∼3월치와 함께 이번주 시장의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4월중 개인소득과 지출이 어땠는지 역시 물론 중요하다.



지난달 새 집 및 기존 주택 매매동향이 각각 수요일과 목요일에 발표된다. 얼마나 큰 폭으로 줄었는지가 관심사다. 시장의 경기 경착륙 불안감과 연관된 지표다.

수요일 아침의 4월 내구재 주문과 금요일 개장 직후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5월 최종치 역시 경기의 최신 동향과 향후 전망을 측정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지 여부를 놓고 연준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면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과잉긴축으로 인한 경제 충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화요일에 예정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상원 증언이 실마리를 제공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월요일에는 댈러스 연준의 리차드 피셔 총재, 수요일에는 랜달 크로스너 연준 이사의 연설일정이 각각 잡혀 있다.


지난주 각 시장은 예외 없이 큰 변동성을 겪어야만 했다. 달러화는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주간 상승세를 나타냈고, 장기금리는 지난해 9월이후 가장 큰 폭의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유가는 6주 최저치로 주저 앉았고, 금값은 지난 1983년 이후 23년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에 시달렸다. 원자재 19개 종목으로 구성된 로이터 CRB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25년반만에 가장 컸다.

물가의 선행지표라는 측면에서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는 증시에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경제성장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현상이라는 점에서 부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