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05.06.18 09:20:00
오일샌드 개발열기..캐나다 세계 2위 석유국 부상
[edaily 윤도진기자] "기름은 퍼올리는(pump) 것이 아니라 채굴(mine)하는 것이다."
원유가 상승으로 오일샌드와(油砂) 타르샌드 등 새로운 석유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개발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오일샌드는 원유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모래 덩어리로, 통상 2톤의 오일샌드에서 1배럴(42갤런)의 원유를 뽑을 수 있다. 복잡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추방식에 비해 생산비용이 더 들지만 기술 발달로 생산비가 낮아지면서 유가가 20달러이상만 유지되면 수지타산은 맞출 수 있다.
유가가 50달러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주요 강대국들이 안정적 원유 공급선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업체들이 노다지를 찾겠다며 모래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오일샌드, `엘도라도`는 있다
오일샌드가 처음으로 발견된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주)의 포트 맥머레이시(市)는 현대판 `엘도라도`다. 타르 냄새나는 끈적한 역청 토양은 조용했던 시골 마을을 원유 산업의 중추 도시로 변모시켰다. 각국의 석유 메이저들은 모래와 찰흙에서 원유를 짜내는 사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오일샌드 산업은 이곳에 엄청난 부를 가져왔고 수 천 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했다. 근교의 박물관은 오일샌드를 소개하고, 호텔 숙박객은 대부분 석유업계 관계자다. 남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인력을 모셔올 만큼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도 높아 각국의 토종음식을 모아 놓은 수입 식료품점이 호황을 누리는 풍경도 연출된다.
업체들이 수백피트 땅속에서 캐내는 오일샌드의 양은 이틀이면 뉴욕 양키 스타디움을 꽉 채울 만큼 많다. 채굴된 오일샌드는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쳐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로 탈바꿈한다.
이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 일일 소비량의 5%를 차지하며 최근 국제 원유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OPEC 증산량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앨버타 주 당국은 2020년에는 원유생산량이 지금의 3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전인 1995년 오일샌드의 석유 생산량은 현재의 절반 수준에 못미쳤다.
◇채산성 높아져..석유 메이저 업체들 각축
오일샌드, 타르샌드 사업은 몇 해 전만 해도 석유업계 언저리를 맨돌던 시시한 얘기였다. 파낸 모래에서 원유를 짜내는 비용이 간단치 않아 사업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술 혁신으로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유가가 폭등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현재 50달러대의 유가는 오일샌드 생산의 손익 분기점인 20달러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기존 유전에 대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산유국들의 생산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새로운 유전개발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오일샌드의 몸값을 올리는 요인들이다.
대부분의 석유 메이저들은 폐쇄적인 중동 산유국들로부터 좌절을 맛봤다. 다른 산유국들도 서방 기업들에게 자국의 에너지 자원을 호락호락 내주려 하지 않았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엑손모빌과 세브론, 로얄더치/셸 그룹, 코노코 필립스 등이 이곳에 진출해 있고, 높아져가는 국내 수요를 어떻게든 충족시켜 보려는 중국 석유개발업체들도 앞다퉈 오일샌드 개발에 팔을 걷어부쳤다. 중국 3대 국영 석유회사들은 캐나다에서 오일샌드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오일샌드는 캐나다의 위상도 변화시켰다. 오일샌드를 감안할 경우 캐나다는 세계 2위의 석유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미 에너지 당국에 따르면 캐나다의 오일샌드 매장량은 세계 최대 수준이며 그 분포 면적은 뉴욕 주와 맞먹는다. 광대한 오일샌드 덕분에 캐나다의 석유 보유량은 1800억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2600억배럴)의 뒤를 잇는 산유국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 환경오염 등 해결과제 적지 않아
오일샌드가 앞으로 대체자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오일샌드 산업은 전통적인 유전 시추보다 여전히 비용이 높고 다른 지출도 요구한다. 이전 유전 개발은 탐사와 시추에 많은 돈이 들었지만 오일샌드는 탐사비용이 적은 반면 모래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더 큰 걸림돌은 환경오염 문제다. 오일샌드에서 원유 1리터를 추출하려면 물 1.8리터가 필요하다. 사용된 물에는 2%의 중질유가 포함돼 있으나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캐나다는 지구 온난화 방지 협약을 비준해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여야만 한다. 이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오일샌드 공정에 큰 부담이다.
캐나다 환경 당국은 최근까지 관련 업체에 21건의 제재를 가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채굴로 인한 대기와 수질 오염이 막대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 친화적 천연가스가 낭비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체들은 채굴이 끝나면 구덩이를 메우고 산림을 조성할 것이라며 반발을 무마하고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거대한 사업에서 파생된 오염이 어떤 형태의 재앙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사업에 혈안이 된 업체들이 이익만 챙긴후 책임은 뒷전으로 미루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환경론자들 사이에서 계속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