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가 증시폭락 초래?

by피용익 기자
2004.09.04 09:10:00

"편안한 말년 위해 주식 현금화 잇따라"
"지나친 과장,증시 폭락 없을 것" 반론도

[edaily 피용익기자]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인 고령화는 사회문제를 넘어서 경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령화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중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불러올 재정적자 문제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사회는 주식시장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일부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인해 주식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늙은 베이비붐 세대가 주가폭락 초래 고령화 논란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주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증시 폭락을 초래할 것이란 인구통계학적 접근. 통계상 중년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증시는 강세를 보이는데, 현재 중년인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부터 대거 노인(65세 이상)에 편입되면 중년인구의 비율은 줄어들게 되고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른바 `라이프 사이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중년에 가장 많은 자산을 모으고, 노년이 되면 그동안 투자했던 자산을 현금화해 쓰면서 편안한 말년을 보낸다. 베이비붐 세대가 실제로 이같은 `사이클`을 따를 경우 10년 후부터 주식 매도 물량이 시장의 수급 균형을 깨뜨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노인이 된 베이비붐 세대가 말년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대거 내다 팔 경우 중년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은 이를 흡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2025년에는 주가가 지금 수준에서 25% 이상 폭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주가 폭락은 杞憂" 반론도 매사추세츠 기술연구소의 제임스 포터바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인구통계학에 근거한 위기론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자금시장이 침체에 빠진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중년층의 비율과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포터바는 "물론 인구통계학적 구조의 변화는 자금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주식시장을 붕괴시킬만큼 큰 변화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포터바는 노년층이 더 이상 자산을 모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라이프 사이클` 이론에서처럼 한꺼번에 현금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은 죽는날을 알지 못하는 데다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라며 "따라서 베이비붐 노인들은 자산 현금화를 점진적으로 진행시킬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바는 이어 "베이비붐 세대의 투자 자산이 글로벌화돼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고령화에 따른 증시 충격은 완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미국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