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8.08 05:00:00
주식시장이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그제 각각 3.3%와 6.02% 오르는 급등 장세를 보였다. 전날 코스피가 8.77%, 코스닥도 11.3% 내리며 유례없는 대폭락 사태를 빚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날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와 대만 자취안 지수가 10.2%와 3.38% 오르며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나쳤고 시장이 과민반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의 경기 상황이 공포를 느껴야 할 만큼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작은 이슈에도 크게 출렁이는 주가 움직임은 이런 불안심리가 팽배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확전이 불가피하고 이는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또 한 차례 회오리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물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수출 호조로 6월 경상수지 흑자액이 122억 6000만달러로 6년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실물경제에도 불안심리가 팽배하다. 내수가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1년 전보다 각각 3.6%와 2.7% 줄었다.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불안심리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인들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기를 기피한 결과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는 걷혔지만 침체 우려는 여전하다. 하반기 경제의 최대 과제는 실물경제 저변에 두껍게 깔려 있는 불안심리, 즉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리인하가 시급하다. 미국에서는 고용시장 악화와 주가 폭락을 계기로 연준(Fed)이 금리 인하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이번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