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22 05:00:00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오늘 임시총회에서 류진 풍산 회장을 새 수장으로 추대하고 55년간 사용해온 기관명도 1961년 창립 당시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꿔 달아 새롭게 출발한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흡수·통합, 미국기업연구소(AEI)나 헤리티지재단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신을 모색한다. ‘국정농단 사태’ 후 등을 돌린 4대 그룹도 삼성을 시작으로 복귀 수순을 밝으면서 원조 재계의 맏형으로서 위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산업화 시절, 정부와 재계의 소통창구로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4대 그룹이 탈퇴하는 등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며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행사에서 ‘패싱’수모를 당하며 경제계를 대표하는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비기업인 출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영입해 재기를 모색하고 때마침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지원하며 입지를 다시 넓히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삼성의 외부 독립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재가입 조건으로 제시했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일이 급선무다. 윤리경영 실천, 내부통제장치 강화 등 협회 차원의 노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과 협조 또한 절실하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정경유착은 정치권력과 재계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마치 봉으로 알고 좌지우지하려 했던 흑역사를 뚜렷이 기억한다면 정치권력도 더 이상 기업을 압박하며 부당한 요구를 일삼던 과거의 갑질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으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원 팀이 되지 않고는 눈앞의 복합위기를 쉽사리 돌파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면서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는 요원하다. 한경협 출범을 계기로 재계와 정부·정치권은 모두 일신하기 바란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야합으로 자유시장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더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