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3.22 05:00:00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 축소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이라고 한다. 유류세 인하폭을 낮추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현행(휘발유 25%, 경유 37%)대로 유지하자니 막대한 세수 손실이 생긴다. 그러잖아도 극심한 경기침체와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올들어 세금이 잘 안 걷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유류세 손실마저 쌓이면 정부재정이 감당할 여력이 없다. 대규모 세수펑크를 막으려면 유류세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진 국제유가 급등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시한이 다음달 말로 종료된다. 정부는 세 가지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있다. 1안은 시한을 재연장 하지 않고 유류세를 정상화 하는 것이다. 2안은 시한을 연장하되 유류세 인하폭을 줄이는 것이다. 3안은 시한을 연장하되 인하폭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1안이 최상이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물가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가만 생각한다면 3안이 최상이지만 이 경우 막대한 세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 시절 20%였던 유류세 인하폭을 법정 최고 한도인 37%까지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교통 에너지 환경세 수입이 1년 전보다 5조4820억원(33%)이나 줄었다. 그럼에도 법인세와 자산 세수 등 다른 세금들이 잘 걷혀 재정이 버텨낼 수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월 국세수입이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감소폭이 1월 기준 역대 최대이며 세수 진도율도 10.7%로 1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불황에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까지 겹쳐 올해 세수 부실은 갈수록 극심해질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는 물가안정과 세수 확보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정책 목표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의 경우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점을 감안하면 두 가지 정책 목표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유류세 인하가 한시적 성격의 조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되 인하폭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