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등 부추기는 막말ㆍ희생자 명단 공개, 정치권 탓 크다

by논설 위원
2022.11.16 05:00:00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그제 친야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참석 보도로 거짓 논란을 빚은 ‘더 탐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민들레’가 밀어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 닷새 만이다. 같은 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영식 대표신부는 서울 광화문의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기도하기도 했다.

공개를 강행한 측은 “진정한 애도” 등의 이유를 댔지만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공개 전부터 ‘패륜적 정치기획’ ‘미친 짓’이라는 거친 표현의 비판이 거셌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유족 등에 가해질 정신적 피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곧바로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에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희생자 명단이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마디로 도를 넘어선 행태라는 주장들이다.



명단 공개와는 별개로 성공회 대전 교구의 김규돈 신부가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데 이어 천주교 대전 교구 박주환 신부도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사진을 합성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인터넷 공간에 일대 소란을 일으켰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전파에 앞장서야 할 성직자들의 언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저주와 증오가 가득한 이들의 말에 국민의 탄식과 실망이 끊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의 배경에는 재난을 대정부 공격에 이용하려는 민주당의 노림수가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대표의 주장은 같은 당은 물론 정의당 등 야권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와 비판에 부닥쳤지만 친야 매체 등의 일탈에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 선한 의지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유가족의 상처를 후비고 슬픔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사회 정의를 실천한다고 해도 보는 이들의 시선과 생각은 제각각일 수 있다. 참사의 정략적 이용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