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성 위기 건설업계 “‘50조+α’ 효과 못 느껴…HUG 보증만이라도”
by하지나 기자
2022.10.27 05:00:00
국토부·건설업계·금융기관, 비공개 간담회 개최
“P-CBO 모아 신용 보강해도 금융사 쳐다도 안 봐”
“정상적인 사업장 살려만 달라”…가이드라인 절실
국토부 “시장서 해결책 모색해야…공적 지원 글쎄”
[이데일리 하지나 박종화 기자] 지난 25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부동산개발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건설 관련 유관기관,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간담회에서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대해 이같이 호소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미분양 확산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가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건설사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계가 휘청거리자 대책 마련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확정한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온기를 느낄 수 없다며 건설과 주택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실질적인 금융 규제 완화와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면밀한 시장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공적 자금 투입과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확대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매우 어렵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너무 잘 알고 있고 사태의 심각성도 인식하고 있다. 공적기관에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문제는 자칫 시장에 더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신규 대출이 당장 안 된다고 해서 구원 투수로 나오라고 하는 건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중견·중소건설사가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모아 신용 보강을 해 가도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상적으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협회 관계자는 “유동성 지원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과거 금융위기 때 중소업체에도 효과를 봤던 환매 조건부 주택 매입 등을 요청했는데 이러한 방안은 건설자금 유동화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매 조건부 주택 매입’은 분양가의 70~75% 정도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입했다가 2~3년 뒤 준공한 이후 일정 기간 이내에 업체가 다시 일정한 이자를 붙여서 다시 사가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이용해 분양이 안 되는 사업장은 건설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어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현재 금지하고 있는 주택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의 한시적 해제와 IMF위기 당시 시행됐던 미분양 주택에 대해 건설 자금이나 준공 후 운영 자금 지원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 확인 절차를 거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예외적으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50조+α의 유동성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하고 있다”며 “당장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단 처방을 내리기 전에 어떤 단계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라도 받아야 살 수 있다며 보증완화를 요구했다. HUG와 주금공의 보증을 받은 사업장은 시중은행이 PF 대출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HUG의 보증요건은 시공순위 최대 700위 이상이다. 주금공은 최대 200위 이상이다. 건설업계는 시공순위와 상관없이 정상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곧바로 보증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다면 1~2주 내에 부도위기에 처하는 사업장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PF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HUG와 주금공이 보증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해주고 있다. 은행들은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상인 대형 건설사의 보증에 대해서도 대출을 재개할지를 검토 중이다. 리파이낸싱은 이미 분양된 사업장에 한정해 추진키로 했다. 리파이낸싱은 기존 대출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건설업계는 일단 시장금리에 맞춰서라도 가능토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대형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개발지역만 해도 자금이 말라붙어 당장 내일 부도처리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1~2주를 더 기다리라면 어떻게 하느냐”며 “며 “당장에라도 보증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