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키우는 유가 '롤러코스터'…또 100달러 넘었다
by김정남 기자
2022.03.18 04:55:52
WTI, 3거래일만에 배럴당 102.98달러 마감
일 변동폭 10% 육박 예사…원유시장 패닉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또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4% 급등한 배럴당 10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만에 다시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장중 104.24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107.50달러까지 폭등했다. 10% 가까운 상승 폭이다.
최근 원유시장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뉴스에 반응하며 사실상 패닉에 빠져 있다. 하루 변동 폭이 10%에 육박하는 게 예사일 정도다.
갑작스러운 유가 폭등은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또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 원유 생산이 다음달부터 30%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이 증산에 나서지 않으면 수십년 만의 최대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달부터 하루 300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생산이 멈출 것이라는 게 IEA의 전망이다.
러시아(發) 공급 부족 경고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급 위협이 불거졌을 때부터 나왔던 관측이다. 그럼에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시장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합의 기대감이 전날 불거졌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두 나라간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두고 “맞는 내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유가 상승에 불을 지피는 발언이다. 앞서 FT는 양국 협상단이 15개항의 평화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급 부족 우려와 반대로 수요 위축 공포는 잦아들면서 유가 상승 폭을 키웠다. 중국이 코로나19 셧다운을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면서도 “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선전시 등 주요 도시에 내려진 봉쇄령 해제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인터렉티브 인베스터의 빅토리아 스칼러 대표는 “러시아의 추가 공격 소식이 전해진 데다 위험 선호 심리가 수요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월가는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한 레벨을 사실상 고점으로 보는 기류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극한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키를 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이번 롤러코스터 장세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