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대로1]“왜 입당했나”…유력주자 당 행사 패싱에 野 시끌
by박태진 기자
2021.08.07 06:00:00
윤석열·최재형·홍준표·유승민 봉사활동 불참
유력주자 독자 행보 두고 내부서 쓴소리
정치신인 尹·崔 비난 집중…“개무시” “당 존중해야”
洪·尹 휴일 일정 불가피…“갈등 부추기지 말라”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번 주 정가에서 논란이 된 이슈 중 하나는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의 잇단 당 행사 불참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진행된 ‘대선경선 후보자 봉사활동’과 다음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전체회의’를 잇따라 실시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이 불참하면서 두 행사에 참석한 다른 주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삼계탕과 물을 혹서 취약계층인 기후약자분들에게 나눠주는 자원봉사행사를 진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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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따르면 대선 경선에 나서는 주자들 중 지난 4일 봉사활동에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한 김태호·안상수·윤희숙·원희룡·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가나다순) 등 8명의 주자들만 참석했다. 최 전 원장은 지방 일정으로 부인이 대리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소외계층을 챙기며 후보 간 단합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된 대선주자 첫 대외행사였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 4명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색이 바랬다.
하태경 의원은 봉사활동을 마친 후 페이스북을 통해 “4분의 주자는 이유야 어쨌든 첫 번째 당 대외행사에 불참한 것이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모처럼 당에서 준비한 행사를 이런식으로 보이콧하면 과연 원팀 경선이 될까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참석한 다른 주자도 모두 바쁜 개인 일정을 쪼개 시간을 내 참석했다. 어렵게 행사를 준비한 당은 또 뭐가 되나”라며 “당 관계자에 사과하고 국민께도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이 논란에 대해 “국민께 이번 경선 내내 봉사하겠다는 의지로 준비한 첫 출발의 이벤트에서 그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일지 아마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주자들 간의 갈등은 다음날 경선후보 전체회의에서 격화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해 김태호·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희숙·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 후보가 참석했다. 박진 의원은 최근 만난 지인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 전날 봉사활동과 이날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이날도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 의원 등은 휴가 및 지방 일정으로 오지 않았다.
이에 회의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쓴소리가 나왔다. 서병수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잇다. 국민은 우리 후보들과 당원이 모두 일심동체로 협력하면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면서 “몇 분의 후보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상당히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서 지도부 패싱, 엇박자, 심지어 주도권 싸움이라는 표현도 한다. 이런 모습이 후보자에게도 좋을 것인지. 또는 당에도 득이될 것인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새로 입당한 두분과 그렇게 복당을 간곡히 요청한 분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밖으로 돌고 있는데, 각자 개인플레이 할 거면 입당을 왜 했나 의문”이라며 “정당 정치의 기초가 없이 ‘세 몰이’를 하게 되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누가 집권하든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선 당을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저격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대표도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가야한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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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입당한 정치신인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정작 당에는 왜 들어왔나. 원팀에 대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성의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당 행사에 불참했던 후보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행사에 불참한 것이 아니라 이번 1주일은 하계 휴가 주간”이라며 “이미 휴가라고 공개하고 지방에 내려와 쉬고 있는데 당 대표 행사 불참이라며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분의 불참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미리 잡아둔 휴가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좋은 취지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맞는데, 사실 대통령선거 등 주요선거의 핵심은 모든 일정을 후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빛나게 만들어줘야 하는 만큼 일정도 후보와 같이 조율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언했던 ‘샐러드 보울’ 이론을 스스로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대표 당선됐을 때 사람들 많이 박수쳤던 것은 각자의 개성들을 드러내면서 다 통합하게 만들겠다는 샐러드 보울 이론을 약속했다”면서 “그걸 한데 썩어서 갈아버린 녹즙이 되면 맛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하고 있는 행보는 샐러드 보울과 아무런 관계 없는 즙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각자 후보들이 개성을 갖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빛이 나게 만들어주는 일을 당 지도부가 잘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반면 최 전 원장은 당 지도부에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6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4일 ‘쪽방촌 행사’에 이어 5일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불참한 것과 관련, “저와 몇몇 후보의 행사 불참에 대해 언론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오래 전부터 준비한 지방 일정 때문에 당 행사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유 불문하고 송구스럽다”라며 “향후 대선 후보로서 당 지도부와 밀접히 협력해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력 주자들과 당 지도부 간, 또 주자들 간 갈등이 봉합되고 ‘원팀’의 대선 경선 정국이 펼쳐질지, 아니면 유력 주자들과 지도부와의 주도권 싸움이 격화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