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일상 담은 '부부의 소확생'은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
by김현식 기자
2020.05.01 01:00:00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잔잔한 바람에도 댓잎의 스치는 소리가 시원한 느낌을 더해줄 것 같은 여름 태화강 십리대숲. 그 옆에 자리한 정자에서 할아버지는 어깨에 두른 보자기를 목 앞에서 손가락으로 눌러 잡고 앉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백발을 흐트러질세라 조심스럽게 가위로 잘라냈다. 할머니의 익숙한 손놀림, 덤덤한 할아버지의 표정은 이 같은 모습이 이들에게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노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부부의 소확행’이 제7회 이데일리 사진공모전 대상에 선정됐다. 이 사진을 출품한 이정탁(56, 회사원) 씨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내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와 함께 300만원의 상금을 부상으로 받았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곽재선(뒷줄 가운데) 이데일리 회장과 이익원(뒷줄 왼쪽부터) 이데일리 대표, 김형철 이데일리 문화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장 양종훈 상명대 교수,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안주영 사진기자협회장, 이대호 세기피앤씨 대표 및 수상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사진공모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삶, 일상에 감성을 담다’란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은 ’부부의 소확행’을 출품한 이정탁(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씨가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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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회사에서 사보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사진을 배웠고 요즘은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며 “태화강 십리대숲에서 노부부가 정자에 앉아 이발을 하는 모습을 보고 공모전 주제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셔터를 누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공모전에서 크고 작은 상을 20번 정도 받았지만, 대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쁨을 표하며 “앞으로도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과 함께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양종훈 상명대 교수는 “사라져가는 일상의 모습을 담아낸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와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공동 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올해 ‘삶, 일상에 감성을 담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한 감동의 순간들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과 응원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은 작품들을 접수 받았다. 일반 부문과 사회 부문으로 나뉘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공모가 진행된 가운데 총 11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고, 이 중 9점의 수상작과 34점의 입선작을 선정했다.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조형물 위에 올라타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이대희 씨의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가 최우수상, 양쪽 팔을 잃은 할아버지의 귀에 자원봉사자가 말아쥔 신문을 대고 책을 읽어주는 순간을 포착한 최정민 씨의 ‘책 읽어주는 봉사자’가 특별상 사회복지 부문을 각각 수상했다. 이 외에 △김혜경 ‘아침햇살’(시그마상) △김용연 ‘천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면’(리코펜탁스상) △김형윤 ‘추억쌓기’, 황윤철 ‘동자승의 그네놀이’(이상 우수상 일반 부문) △홍필호 ‘나눔’(우수상 사회 부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김기창(39, 회사원) 씨는 첫째를 업고 둘째를 안은 엄마의 모습을 담은 ‘현실육아’를 출품해 우수상 사회 부문에 선정됐는데 사진 속 모델이 자신의 아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수상하신 모든 분이 주제에 걸맞은 일상의 찰나를 잘 표현해주셨다”며 “이 사진들이 많은 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많은 분의 삶에 도움이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사진공모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 축사를 맡은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이데일리 공모전이 사진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행사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7회 이데일리 사진공모전 수상작과 입선작들은 이날부터 5월 15일까지 KG하모니홀 전시홀에 전시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