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남의 꿈' 성남 구도심이 들썩인다
by정병묵 기자
2019.06.11 04:09:00
5월 집값 전달보다 0.2~0.3% 상승
브랜드 아파트 잇달아 공급
신규 청약경쟁률 평균 9대 1
"인프라 이미 충분...어지간한 신도시보다 나아"
|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인 중원구·수정구 일대. 성남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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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경기도 성남 구도심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낡은 다세대·연립주택 위주의 주거촌이 잇달아 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면서 ‘브랜드 주거 타운’으로 변모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달 3기 신도시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2기 신도시 분양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가깝고 교통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성남 구도심의 몸값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성남 구도심인 중원구와 수정구의 주택 매매가가 전달보다 0.38%, 0.22%씩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0.03%)와 성남의 전통적 집값 강세 지역인 분당구(-0.18%)가 하락하는 동안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KB 주택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구도심 지역 작년 말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 온 반면 분당구는 계속 집값이 하락 중이다.
성남은 과거 1970~1980년대 다세대, 연립주택 중심으로 주거지가 만들어진 곳이다. 뚜렷한 정비계획 없이 난개발로 형성된 데다 비탈이 심한 구릉지형이라 이름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단 한 군데도 들어서지 못했다. 서울 강남권과 통하는 지하철 8호선·분당선 등 교통 인프라가 1990년대 중반 일찌감치 구축됐음에도 비슷한 시기 개발된 분당 신도시가 발전하는 동안 재개발·재건축의 무풍지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구도심에서 신규 분양이 잇달아 이뤄지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순항하면서 사실상 최초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원구 금광1구역을 재건축하는 대림산업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지난달 22~23일 진행한 1순위 일반 청약에서 702가구 공급에 총 6016명이 몰리며 평균 8.57대 1로 마감했다. 중원구 중1구역을 헐고 짓는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은 225가구 모집에 1959명이 청약, 평균 8.71대 1로 1순위 마감하며 흥행했다. 반면 같은 성남 내 분당구 판교 대장지구에서는 올해 잇달아 청약 미달이 나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두 단지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민간 참여 공공분양 형태로 진행돼 민간 중심 재건축보다 진행 속도가 빨랐다는 평가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성남 구도심 재개발 공급 물량은 올해 1만2500가구 규모에 달한다. 분양 관계자는 “성남 구도심은 비탈이 심해 주거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브랜드 아파트의 신규 분양도 거의 없었다”면서 “특히 다세대 주택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어 재개발이 쉽지 않았는데, 금광1구역과 중1구역의 흥행으로 민간 분양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역의 사실상 첫 브랜드 아파트로 꼽히는 수정구 신흥동 ‘산성역 포레스티아(신흥주공재건축)’는 위례신도시와 가까운 입지 프리미엄을 업고 최근 몸값이 높아졌다. 2017년 분양해 내년 7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이달 기준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5억830만원)대비 1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작년 12월에는 중원구 은행동 ‘은행주공’ 재건축조합이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사업 신호탄을 본격적으로 쐈다. 은행주공은 작년 수도권 재건축 사업 중 최대어로 꼽혔는데 현재 총 2020가구 대단지가 3400여가구의 ‘자이 아이파크’로 재탄생하게 된다. 위례신도시 바로 남쪽에 붙어 있어 ‘위례 벨트’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입지가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성남시는 최근 ‘2030 성남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진1·신흥1·태평3·상대원3·신흥3구역 등의 정비계획을 2022년까지 수립, 구도심 재개발 계획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근래 분양한 단지는 성남 주민들 중심으로 소화가 이뤄졌는데, 워낙 강남권 접근성이 좋다 보니 앞으로 나오는 단지는 서울, 수도권쪽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체계적인 도시정비 계획을 통해 브랜드 아파트 입주가 속속 이뤄지면서 구도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공급 물량이 다소 많은 점은 우려되지만 어중간한 신도시보다 이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